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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박상근]월급쟁이 분노 불러온 ‘증세 없는 복지’
근로소득자만 누리던 13월의 보너스가 2014년 연말정산에선 13월의 ‘세금공포’로 돌변했다. 이번 세금 대란은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법개정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득계층별 세 부담을 정밀 분석해 보지도 않고, 연봉 5500만원 이상인 사람만 세 부담이 늘어난다면서 안일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올 들어 2014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결과,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이 대폭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증세 없는 복지’ 그리고 ‘불공평세제’와 맞닿아 있다.

고소득근로자의 세 부담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기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제개편도 불공평하고 비효율적인 게 문제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공제항목 중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는 근로자에겐 필수 불가결한 필요경비에 해당한다. 조세이론상 필요경비는 소득공제 대상이다. 사업소득자의 필요경비는 소득공제로 두면서 유독 근로소득자만 이를 세액공제로 바꿔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불공평하다. 또한 자녀공제, 연금저축,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는 저출산·고령화 대비에 역행하는 세제개편이다.

세 부담이 불공평하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게 돼 있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하는 게 사람의 속성 아닌가. 직접세인 소득세 강화가 공평과세와 세수확보의 정도(正道)다. 그런데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서민증세’를 해왔다. 이번 연말정산 대란의 근저에도 서민증세가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금융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 이것이 증세의 정공법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다. 부자인 다주택임대소득자 대부분이 세금 한 푼 안내고 있는데다 주식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가 올해부터 새로이 도입됐다. 이밖에 이자ㆍ배당ㆍ파생상품소득 등 자산소득 중심으로 과중한 비과세ㆍ감면 등 부자의 ‘탈세 블랙홀’이 곳곳에 존재한다. 부자의 비과세ㆍ감면과 탈세 블랙홀을 그대로 둔 채,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의 세금만 올리면 이들의 소비는 위축되고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게 된다.

당정은 1월 21일 긴급 당정회의를 개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출산ㆍ노후대비 관련 세액공제 수준의 상향 조정 등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보완책의 2014년 연말정산에 소급적용 여부는 야당과 협의해 결정한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증세 없는 복지로 실타래 같이 얽힌 복지와 세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려면 과다한 복지의 구조조정으로 복지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이고, 다음으로 필요한 재원만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정공법을 써야 한다. 근로자를 비롯한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은 소비를 고려해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한다. 정부가 이런 증세 순서를 철저히 지켜야 경제가 살아나고 ‘공평과세’가 실현된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같은 조세저항이 재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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