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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전의 직장신공 121>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월 매출 1억 규모의 레스토랑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35세 셰프입니다. 이전 식당에서 4년 일했는데 사장이 바뀌면서 처남을 책임자로 앉히고 제 메뉴와 레시피는 인정해주지 않아 6개월 전 지금의 식당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옮기고 나서 그 식당은 매출이 떨어지고 현재 식당은 매출이 급상승하자 전 식당 사장이 자꾸 만나자고 전화를 합니다. 하도 전화를 하니까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볼까 해서 만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옮길 생각은 없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본다고 하지만 이쪽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만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쪽 사장한테 알리고 만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둘째, 저쪽 사장을 만나면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을 해올 확률이 높다. 높은 급여 외에도 자동차를 제공한다든지, 성과급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는데 그러면 사람인 이상 흔들리게 마련이고, 옮기지 않는다 해도 이번에는 이쪽 대우에 불만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몸값을 높이는 건 현명치 않다. 옮긴 지 6개월 만에 자신을 버렸던 사람에게로 돌아가는 건 결국 팔랑 귀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 세계에서 신의가 없다는 평판을 얻을 확률이 높고, 이분의 메뉴와 레시피를 저쪽 사장 처남이 다 알고 나면 다시 잘릴 확률이 높다. 왜 그럴까? 나쁜 오너는 본성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당장 매출이 급하니까 다시 부르는 것일 뿐, 절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다. 땅콩으로 유명한 어느 회사를 보라! 고개 숙여 사과를 거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끝까지 복수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젊은 셰프여!! 나를 걷어찼던 오너가 고개 숙여 다시 부른다고, 쾌재를 부르며 가는 것은 그대의 나약함만 보여 주는 것이다. 어려울 때 나를 알아준 오너를 위해 목숨을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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