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의정부 화재 1주일 ‘부동산 신풍경’…‘방재비상’ 오피스텔ㆍ다가구주택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경기도 포천에서 3층짜리 소형 원룸주택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지난 주말 세입자들의 동의를 구해 단독형 경보기를 집집마다 설치했다. 2011년 준공된 김 씨의 원룸에는 그간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12년 건축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4층 이하의 공동주택에는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의정부에서 난 화재를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철렁했다”며 “그동안 경보기 설치를 미뤄왔는데 이번 기회에 설치했다”고 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도시형생활주택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난 것을 비롯해 최근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 등 공동주택에 ‘방재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새 집을 찾는 사람들도, 소방설비가 잘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지난 10일 발생한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현장에서 1km 남짓 떨어진 의정부의 한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사고 이후로 손님들이 소방시설과 외벽 소재 등을 꼼꼼히 따진다고 전한다.

소형 원룸주택을 소유한 임대사업자들은 직접 소방시설을 설치하느라 바쁘다. 김 씨처럼 단독형 경보기를 구입해 직접 천장에 달거나, 소화기를 건물 곳곳에 구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소방시설을 갖춰야 건축허가가 가능하도록 건축법이 바뀐 2012년 이전에 준공된 곳 중엔 소방시설이 전무한 곳도 수두룩하다. 개정 건축법에 따라 기존 주택들은 2017년까지 소화기와 단독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200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위탁관리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이미 설치된 스프링클러나 화재수신기가 문제없이 작동하는지 점검을 진행했다”고 했다. 관할 소방서와 시공사에서도 각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직원을 보내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하기도 한다.

주택화재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재는 16층 이상 아파트나 11층 이상 일반건물만 화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다. 하지만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고를 계기로 의무대상이 아닌 아파트나 소형 공동주택의 보험 문의도 크게 늘었다.

원룸 주택에 단독형 화재경보기를 직접 설치하는 모습.

시중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의정부 화재가 발생한 뒤 1주일 사이에 화재보험에 대한 가입 상담 전화가 평소에 비해 25% 가량 많이 접수됐다”며 “기존 고객들 중에는 이미 가입한 상품보다 보상범위가 넓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새로 살 집을 찾는 사람들도 ‘안전시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다. 소화기나 화재감지기가 설치됐는지, 외벽 마감재는 어떤 소재가 쓰였는지 세심히 따지는 건 전에 없던 풍경이라고 공인중개사들은 귀띔했다.

의정부시 호원동 한솔공인 대표는 “중개하는 사람이나 집을 찾는 사람이나 보통 소방시설에는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근래에는 직접 건물 외벽을 두드려보거나, 고층보다는 저층 집을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주변에 대학이 밀집한 서울 신촌의 C공인 관계자는 “우리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매물 정보를 올릴 때 경보기가 설치됐고 인덕션 전기렌지가 설치됐다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입력한다”며 “학생들이 아무래도 그런 정보에 민감하니까 요즘은 일부러 더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재를 예방하거나, 불이 나더라도 인적ㆍ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시설을 구비하는 게 1차적으로 필요하다”며 “현재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애초 시공 단계부터 필요한 시설이 구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