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애프터눈 티, 낮잠카페…‘대한민국 오후’의 재발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출근 후에 어영부영 하다보면 금세 점심시간이다.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은 오후부터다. 오후 시간은 현대인에게 ‘일하는 시간’, ‘바쁜 시간’이다. ‘오후’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감히 털어놓기 힘들었던 시에스타(점심 후 낮잠)에 대한 니즈에 대한 답으로 ‘낮잠’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좀 덜 바쁜 유럽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ㆍ오후시간에 다과와 함께 즐기는 차)도 지난해 전례없는 인기를 누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유롭게 오후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후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대한민국의 ‘오후’가 이렇듯 변하고 있다.

▶오후가 변했다

올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화두는 사실 ‘아침’이었다. 현대인들의 아침 결식률이 높아지면서 아침을 잘 챙겨먹자는 슬로건을 내건 마케팅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모두가 아침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 이렇다할 이슈가 없는 점심~저녁 사이의 오후는 그저 마케팅 공백기로 남아있었다. 외식업체의 경우 손님이 몰려오는 저녁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오후시간에 잠시 휴점하기도 한다. 

블루오션 시간대인 오후를 본격적으로 정면 공략하고 나선 것은 ‘애프터눈 티’였다. 층층이 걸려있는 트레이마다 올라가 있는 각기 다른 디저트를 차와 함께 즐기는데, 한입 털어놓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식후 한잔’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차문화다. 이처럼 이름 그대로 ‘오후에 여유롭게 즐기는 티’ 문화는 소리없이, 하지만 강력하게 대한민국의 외식, 호텔업계를 흔들었다. 여기에 올초 대한민국 트렌드의 중심인 청담동에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싱가포르 차 브랜드 ‘TWG Tea’가 문을 열면서 애프터눈 티의 인기에 더욱 힘을 실었다. 호텔가도 기존에 운영하는 에프터눈 티를 강화하고 나섰다. 

애프터눈 티. [제공=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내 특급호텔 같은 경우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가 없는 호텔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문화가 전년에서 올해까지 폭발적으로 인기를 모은 것은 주목할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이 운영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2014년에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150% 늘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판매되는 에프터눈 티 2인세트는 2013년 전년동기 대비 214.4% 판매가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8.5% 판매가 신장했다. 

■오후 시장의 재발견

낮 시간을 정면 공략하고 나선 것은 이뿐 만이 아니다. 2014년의 끝자락, ‘낮잠까페’의 등장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한줄기 빛이자, ‘점심식사도 일의 연장선’이라는 암묵적인 사회생활 룰의 ‘끝’을 알렸다. 실제로 사람들은 점심 식사 대신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한숨 잘 수 있는 ‘낮잠까페’로 향한다. 몰아치는 일상에서 휴식을 향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열망이 만든 결과물이다. 

낮잠, 시에스타. [출처=123rf]

서울 계동 초입에 문을 연 낮잠까페, 이름하여 ‘낮잠’의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대표의 인사말이 눈에 띈다. “직장인들에게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편안히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바쁜 일상속에서 벗어나 편안한 공간에서 잠시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사회구성원들이 ‘낮잠’ 을 통해 활력을 찾고 잠깐의 휴식으로 조금 더 행복해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를 희망합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의 소비패턴이 점차 본인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돈과 시간을 본인에게 최적화된 방향으로 쓰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작은 사치, 힐링 열풍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소비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오후를 채워줄 새로운 ‘문화’의 등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얌차이나, 차이나팩토리, 딘다이펑 등 외식브랜드 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얌차(飮茶) 문화’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얌차 문화는 딤섬 또는 디저트와 함께 차를 즐기는 것으로, 홍콩의 대표적인 식문화 중 하나다. 점심과 저녁 사이인 오후 3~4시경에 즐기는 것이 일반적으로, 영국과 싱가포르의 애프터눈 티와 닮았다. 

얌차. [제공=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금룡]

지난해 말 리뉴얼 오픈한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중식당 금룡은 얌차 문화의 본격적인 도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매일 런치(정오~오후 3시)와 디너(오후 6시~10시)의 사이인 오후 2~5시를 ‘딤섬 타임’으로 정하고 다양한 딤섬 및 중식 디저트를 차와 함께 판매한다. 딤섬과 함께 먹는 차는 티 소믈리에가 직접 중국 정통 메뉴와 어울리는 차를 엄선해 제공한다.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