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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란물 차단 의무...국산 스마트폰 역차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정부의 음란물 차단 수단 의무 설치 조치가 국산 스마트폰 역차별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동통신 3사와 사전 준비 후 출시되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의 제품과 달리, 애플 아이폰이나 중국산 자급제폰에는 이를 사전 강제 설치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유통구조, 그리고 해외 제조업체들의 비협조적인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으로 또 다시 ‘유명무실한’ 제도만 양산했다는 비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음란물 차단을 위한 수단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청소년이 휴대전화 개통 시,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에게 알리고, 휴대전화에 차단수단이 설치된 것을 의무적으로 확인토록 했다. 또 차단수단이 임의로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수단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 법정대리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통신사, 또 국내 제조사들이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음란, 폭력물 사전 차단 시스템 또는 앱’ 설치와 관리를 의무화 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한 음란정보와 청소년 유해정보 유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정안 시작 전부터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국내 이통사들의 앱 선탑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개통 후에도 주기적으로 앱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임의로 삭제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런 장치는 애플 앱 마켓이 허용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아이폰에 사전에 앱을 넣는 것도, 또 사후적으로라도 앱을 깔더라도 이를 지우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넣는 것 모두 불가능”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마땅한 수단이 없음을 강조했다. 오는 4월16일로 예정된 개정안 시행일과 동시에 이통 3사 는 청소년들에게 아이폰을 판매, 개통을 전면 금지하거나, ‘불법 행위’를 해야하는 셈이다.

안드로이드 계열 자급제 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청소년 고객이 개통하는 시점에, 차단 앱을 깔도록 대리점 등에 교육하면 되지만, 온라인을 통해 개통하고, 택배나 퀵 서비스로 스마트폰을 받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상당수 영세 알뜰폰 사업자들도 문제다. 자체적으로 차단 앱을 만들거나 구입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비용과 시간 부담을 감수할 만한 업체는 일부 대기업, 통신사 계열 업체 뿐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저렴한 요금’을 위해 알뜰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개정안 시행 전 별도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음란물 차단 시스템이나 앱은 이미 통신사들이 먼저 자율적으로 시행해오던 부분”이라며 “이를 강제하고, 차단해야 하는 책임은 정부의 몫인데, 이를 강제로 통신사에 떠넘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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