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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기름값 인하 압박에..“유류세부터 내려라”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정부가 기름값을 더 내리라고 압박하자 정유 및 주유업계가 “유류세부터 내리라”며 맞서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LPG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석유제품 가격의 추가 인하를 공식 요청했다. 국제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국내 석유가격이 지나치게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주유소들은 “1997년 유가자율화를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간섭을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유가 자율화, IMF 이후 자영업자 급증으로 주유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데다 알뜰주유소까지 등장해 주유소 마진이 워낙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현재로선 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휘발유값이 ℓ당 1300원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지 않는 한 가격을 내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유사들도 이미 국제유가 하락분을 충분히 반영해 판매가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455.2원으로 연초(1월 첫째주)보다 327.5원 감소한 반면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가격은 877.1원에서 541.4원으로 335.8원 내려갔다. 국제유가보다 국내 휘발유값 하락폭이 더 큰 셈이다.

이에 정유업계에서는 “문제는 유류세인데 정부가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미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는 가운데, 수익을 더 줄일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정제마진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이처럼 관련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로 정부 안대로 기름값이 추가로 내려갈 지 여부는 미지수다. 소비자단체마저 “유류세를 내리지 않으면 휘발유값을 추가로 인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유ㆍ주유업계 편에 섰다.

한편, 우리나라는 유가등락에 상관없이 석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고정세율을 적용해 휘발유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월 49%에서 12월 말 56%까지 올랐다. 이 기간 세금은 전체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변동에 따라 917.4원에서 890.9원으로 26.5원 내렸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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