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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값 내릴만큼 내렸는데 왜 우리만…” 정유사들 볼멘소리
지난해 국제 휘발유값 327.5원 ↓
국내 정유사 휘발유값 335.8원 ↓…정유사들 “문제는 유류세 때문”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정부가 석유류 제품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유업계가 “유류세는 내리지 않고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국제유가 하락분을 국내유가에 충분히 반영해 판매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9일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제 휘발유 가격은 ℓ당 455.2원으로 연초(1월 첫째주)보다 327.5원 감소한 반면 정유사의 세전 휘발유가격은 877.1원에서 541.4원으로 335.8원 내려갔다.

국제유가보다 국내 휘발유값 하락폭이 더 큰 셈이다.

그러나 유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더하면 주유소 판매가는 같은 기간 1887.6원에서 1594.9원으로 292.7원밖에 내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유가등락에 상관없이 석유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고정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휘발유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월 49%에서 12월 말 56%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세금은 전체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변동에 따라 917.4원에서 890.9원으로 26.5원 내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유류세 인하보다는 정유사 이익을 줄여서 석유화학 제품에 유가하락분을 반영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전날 유류세 인하에 대해 “세금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유업계에서는 “문제는 유류세인데 정부가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미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는 가운데, 수익을 더 줄일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으로 정제마진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 논리대로 국제유가 하락, 정유ㆍ화학사들의 가격인하가 곧 소비재 시장으로 전이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유가하락 분이 반영되지 않은 사례로 지목됐던 아웃도어 업계는 “이 시장은 석유화학 3차 시장이 아니라 피복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반영된 패션시장”이라며 “소가죽 값 등락에 따라 루이뷔통 백의 가격을 움직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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