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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서상범] 오너와 기업은 구별해야
이른바 ‘땅콩회항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며 여론의 분노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한진가 오너들의 제왕적 경영행태까지 도마에 오르며, 이 기회에 잘못된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에 칼을 뽑아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진그룹 및 대한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갈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총수 일가의 일탈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이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에 대한 적대감으로 비약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사실 대한항공과 이 기업의 직원들은 이번 사태의 피해자다.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유니폼이 이렇게 부끄럽게 느껴진 적이 없다.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 비수로 꽂힌다”며 오너 한 명의 일탈로 인해 사내 구성원들이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진그룹 직원은 “자칫 이번 사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될까봐 두렵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회사가 타격을 입어 직원들까지 후폭풍을 맞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은 법과 사내구성원들 위에 군림하며 비정상적 행태를 벌인 총수 일가 구성원의 문제다. 현재 진행중인 법적 조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사안이다. 조사에서 법적 잘못이 밝혀진다면 조 전 부사장은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한진그룹 조직이 건강하다면 이번 사건이 폐쇄적인 경영행태에 대한 전면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무차별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분노는 자칫 선량한 이들에까지 상처를 줄 수 있다. 불매 운동보다는 대한항공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개선해나가는 소비자 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분노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방법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분노의 대상과 방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해야 할 시점이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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