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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회항’, 대한항공 오너 일가 15년만에 위기
[헤럴드경제]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 회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제왕적 경영 스타일”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는 1999년 상하이 공항 사고로 조중훈 창업회장이 퇴진한 사태 이후 오너 일가가 맞은 최대 위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사태 수습과정에서 위기 관리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냈다.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조 전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삼아 비행기에서 내쫒은 승무원과 사무장, 조 전 부사장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일등석 승객 박모(32ㆍ사진)씨의 증언이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문제의 사무장인 박창진 사무장은 12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로부터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일등석 승객 박모씨는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에게 내릴 것을 강요했고,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전했다.

박 씨는 당시 기내의 상황을 모바일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친구에게 전했으며, 이 메시지를 검찰에 제출했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일반석 사이 커튼이 접힌 상태에서 일반석 승객들도 쳐다볼 정도였다. 승무원에게 PC로 매뉴얼을 찾아보라는 말을 하기에 ‘누구기에 항공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릎을 꿇은 채 매뉴얼을 찾는 승무원을 조 전 부사장이 일으켜 세워 밀었다. 한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 한쪽을 탑승구 벽까지 거의 3미터를 밀었다. 매뉴얼이 담긴 파일을 말아서 승무원 바로 옆의 벽에다 내리쳤다. 승무원은 겁에 질린 상태였고 안쓰러울 정도였다”라고 증언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승무원만 내리라고 하다가 사무장에게 ‘그럼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 잘못’이라며 사무장을 내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씨는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을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음주 여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소란이 20여분 계속됐으며 이륙 후에도 기내 사과방송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출발 후 기내에서 심적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니까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눈치를 보게 되더라. 승무원에게 물어봤을 때 내부적인 일이라고만 해 더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기사를 보고 너무 황당했다”라고도 했다.

박씨는 “고작 그런 일 때문에 비행기를 돌려야 했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스트레스를 받고 온 14시간이 너무 화가 나서 콜센터에 전화해 항의했다. 콜센터에 연락 후 지난 10일에야 대한항공의 한 임원이 전화해 사과 차원이라며 모형 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번이나 전화를 해도 바로 전화가 오지 않았고, 해당 임원은 ‘혹시 언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고 해 더 화가 났다”면서 “나중에 이미지가 깎이니까 애매한 사과문을 발표해 놓고 무마시키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승무원에게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손으로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전했다. 그는 사건 이후 대한항공 측에 항의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의 폭행 주장에 대해 언론에 “처음 듣는 일이다”, “모르는 일이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앞서 해당 항공기의 기장과 사무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승객 박씨 등 관련자를 불러 집중 조사했다.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회사 측의 거짓 진출 강요와 사건 은폐가 사실로 확인되면, 조양호 회장 일가는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직후 총괄부사장직에서만 사퇴해 ‘무늬만 사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 전부사장의 직접 사과나 총수의 사과가 신속하게 나오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이번 사태를 안이하게 인식하는 사이 외신에까지 ‘땅콩 회항’이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각종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사태는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뉴욕 한인 사회에선 대한항공 불매 운동까지 일었다.

조 회장은 지난 12일에야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 죄송하다”면서 딸을 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의견이 절대시되는 회사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를 먼저 뜯어고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횡포는 이 비행기는 내 것이며 모든 직원이 내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전근대적 천민주의 사고방식이 불러온 제왕적 경영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1997년 괌 추락사고, 1999년 상하이공항 추락사고가 터지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오너 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받고 이틀 만에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조 회장은 같은 해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3세 경영인인 조원태 부사장 역시 도로에서 시비가 붙어 70대 할머니를 밀어 넘어뜨려 입건되고,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관련자들에게 폭언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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