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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승객이 호갱?…‘거꾸로 가는’ 서울시 택시정책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시가 택시에서 구토한 승객에게 배상금을 부과토록 한 ‘택시운송사업약관’을 내년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요금을 인상하고도 승차거부 등 서비스가 전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또다시 승객에게 영업손실을 보전토록 하면서 “시민들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서울시 택시정책의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는 지난달 초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이 건의한 택시운송사업약관 개정 초안을 수정해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한다.

서울시 수정안은 승객이 택시 안에서 구토 등 오물을 투기하면 세차비와 영업손실 명목으로 최대 15만원을 부과토록 했다. 또 요금지불을 거부하거나 도주할 경우 기본요금의 5배를 물리고, 목적지에서 하차를 거부한 승객을 경찰서로 인계할 때는 경찰서까지 운행한 택시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업을 방해한 ‘진상 승객’들로부터 영업손실을 만회하겠다”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서울시가 수용한 셈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질 낮은 택시서비스는 개선하지도 않은 채 승객들에게만 영업손실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택시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25% 인상했다. 그러나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택시서비스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월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서울시 택시서비스 만족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요금 인상에 대해 시민 46.7%가 “택시요금이 비싸다”고 말했고, 86.2%는 “요금 인상에도 서비스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가장 개선되지 않는 택시서비스로 ▷승차거부(28%) ▷불친절(17.6%) ▷난폭운전(8.7%) 등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회사가 내년부터 승객들에게 벌칙금을 부과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특히 서울시가 택시업계의 요구만 수용할 뿐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평소 서울 역삼동에서 암사동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허모(31ㆍ여)씨는 “택시를 타도 불친절한 운전기사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요금 인상에 벌칙금까지 시민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진상 승객에 대한 벌칙금에 상응해 불친철한 택시 운전기사에게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는 약관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로 서울 명동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최모(33)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각광 받는 ‘우버 택시’(일종의 고급 콜택시)를 막을 생각만 하지 말고 서울 택시의 서비스 개선 대책도 고심해야 한다”면서 “서울시 택시정책은 선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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