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빠져있는 곳에서 빠져 나와라…본질이 튀어나온다
“특별히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이나 비법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강단에 서거나 편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대학생들이나 광고 초년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해 내야 합니다”라고 답하면 곧 실망하는 눈치가 얼굴 가득 퍼진다

무책임한 듯 대답하긴 싫지만, 정말 아이디어를 내는 특별한 방법이나 비법은 없다. 다만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점이다.

늘 일을 하던 익숙한 사무실, 작업실에서는 늘 하던 생각밖에 나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제약조건과 습관, 굴레 속에 머리를 가두면 생각이 자유로울 수 없다. 익숙한 공간에서 생각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면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이동해보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조금은 흐틀어질 수 있는 술집이나 카페,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이나 버스, 모두가 저마다의 책을 찾고 있는 서점으로의 자리를 옮기는 방법이다.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맞길 수 있는 곳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끄적거리며 생각나는 모든 것을 메모해볼 수 있다. 이 메모는 누구의 검사를 받거나 스스로 검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가진 생각의 꼬리를 무는 것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메모를 그 자리에서 스스로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 비평이나 평가는 그 다음날, 하는 것이 옳다. 생각을 풀어놓으려고 간 곳에서 스스로 족쇄를 찰 필요는 없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말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들의 살아있는 표정과 말투, 일상사가 여과 없이 내게 다가오게 된다.

서점에서 다른 이의 책을 보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누구나 자기 책을 내게 되면 가장 큰 고민이 제목이다. 쓰고자 하는 내용이 그 제목에 고스란히 담기길 원한다. 그것이 함축적이든 은유적이든, 서점은 세상 모든 저자들의 노력이 담긴 곳이다.

오헨리와 헤밍웨이는 미국의 대공황이 만든 작가라는 말이 있다. 대공황으로 미국 산업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부둣가의 창고에 채울 물품들이 사라지면서 이 두 명의 작가는 작은 다락방이나 닫힌 공간이 아닌 이곳에 작업실을 얻어 집필활동을 했다. 창고가 어떤 곳인가? 천정이 보통 집의 4~5층 높이까지 뚫려있고, 한없이 공허하고, 낯설고, 겸손해지는 공간이다. 예상해 보건대, 이 두 작가는 창고의 높이만큼 생각과 고민이 깊어졌고, 우리는 그들의 책에서 그 깊이를 느끼기에 감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몇 시간째 한 자리를 지킬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공간에서 잠시 빠져 나와보는 건 어떨까? 잠시 빠져 나와 보면 문제의 본질, 아이디어, 해결책은 의외의 장소에서 튀어나올 수도 있다. 아이디어는 철저히 주관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객관적 시각을 가질 때 그 아이디어는 더 강력해진다.

류재하 오리콤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제일기획, TBWA KOREA를 거쳐, 현재 오리콤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SK텔레콤, 삼성전자, 두산중공업, 미스터피자 등의 클라이언트를 담당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