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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회항’이 남긴 교훈…사과의 진정성
조현아 ‘힘희롱’파문으로 본 기업의 위기관리
올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코오롱 李회장 현장 달려가 수습
‘그러나…’를 담은 대한항공 사과문…늦은 초기대응·변명하는 인상 심어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린다. 그러나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댄 사무장에 대한 하기(下機) 조치는 임원으로써 정당한 행동이었다”

첫 발언은 올 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당시 코오롱의 발표문이다. 사고 인지 직후 코오롱은 총수인 이웅열 회장이 즉각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수습을 지휘했다. 사과문도 직접 읽었다. 두번째 발언은 최근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알려진 지 15시간만에 대한항공이 밝힌 사과문(?)이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당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현장에 머물며 수습 작업을 진두 지휘하는 등 진정성 있는 대처로 후폭풍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왼쪽 사진). 초유의‘ 땅콩회항’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건 발생 후 늦은 대처와 진정성없는 태도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개인은 물론 조직도 실수와 잘못, 또는 사고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에 따라 개인과 전문가들은 코오롱과 대한항공의 사례는 브랜드 위기 관리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코오롱의 대처는 바람직한 위기대응 사례로 대학의 경영학 수업에서도 소개되고 있다”며 “신속한 대응과 함께 최고책임자의 무게 있는 사과가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경우 최초 대응도 너무 늦었고 그마저도 당사자의 진정성있는 사과가 아닌 회사 명의의 해명자료 수준으로 변명에 급급해하는 인상을 줬다”며 “대한항공의 브랜드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상황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의 홍보전략에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진정성있는 대응태도는 물론, 평소부터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장대련 연세대 경영대 교수(경영연구소 소장)은 “이슈에 대해 최고 권한이 있는 책임자가 직접 대응하며 사건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특히 오너경영 체제의 한국기업 특성상 전권을 가진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무게를 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평소부터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된 기업들은 부정적 이슈가 발생해도 대중들의 비난의 강도가 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방한한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도 “총수와 CEO들은 누구보다도 기업의 핵심가치를 잘 아는 이들”이라며 “위기상황에 있어서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위기 대응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이 직원들에게 사건 관련 대응 지침을 내린 데 대해서도 잘못이란 지적이 나왔다.

우승우 인터브랜드코리아 수석부장은 “위기상황이 발생시 창구를 일원화하고 내부 대응지침을 전파해 ‘입단속’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오늘날 정보통신미디어 환경에는 맞지 않다”며 “현실에 맞는 새로운 대응방침을 세워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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