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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현대重, 제주도에서 신입사원 OT한 이유는?
-제주도 해비치리조트서 예비 신입사원 OT 진행
-최종 합격자 대상 OT는 전례 없는 일…회사 측 “인재 확보 차원”
-‘3조원 누적 손실’ 비상경영 속 “과시용” 해석도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제주도 해비치리조트에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올 해 하반기 대졸 공채 합격자 약 300여명이 대상이었습니다. 이들은 두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2박3일씩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신입사원이 아닙니다. 하반기 공채 전형 최종 합격자 신분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입사가 결정되지 않은 최종합격자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 것은 올 해가 처음입니다.

전례 없던 행사인 만큼 장소나 내용도 기존 신입사원 연수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이 주로 진행되는 울산 본사도 아니었고,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호텔이 위치한 울산, 경주, 목포도 아닌 제주도였습니다. 회사 소개 및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제주도 관광 등 힐링 프로그램도 다수 포함됐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그동안 지원자들이 취업준비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으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또 우리 현대중공업 직원들과 만남을 통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기업이 신입사원을 환영하고 이들을 경쟁업체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유인 수단(?)’을 마련하는 일은 당연합니다. 일부 기업은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하고 합격자의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녹록치 않은 채용 절차를 거쳐 뽑은 인재를 잡기 위한 기업의 부단한 노력인 셈이죠.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의 올 해 제주도 OT는 여러 면에서 좀 더 유심히 볼 만합니다.

일단 올 해 제주도 OT를 진행한 것은 권오갑 사장 취임 후 이어져오고 있는 ‘인재경영’ 차원의 일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실제 권 사장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 사장 취임 후 하반기 대졸 공채 전형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사장단 면접을 신설해 면접관으로 직접 나섰고, 최종 합격 발표가 이뤄진 후에는 합격자 집으로 ‘자녀를 우리 회사로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의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는 권 사장의 평소 지론이 신입사원 채용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대중공업이 이토록 ‘인재경영’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누적 손실 3조원이라는 위기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 조선업계 1위, 국내 10대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빛나는 현대중공업이지만 올해 맞딱드린 위기는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합격하면 무조건 가고싶은 기업 1,2위를 다퉜지만 최근에는 매출 하락, 수주 감소에 노사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회사 전반의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입니다. ‘우리 회사 좋은 회사다’라는 이미지를 합격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인 셈입니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과연 이번 OT가 인재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할 듯 합니다. 일단 비상경영, 긴축경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입사가 결정되지 않은 공채 합격자를 대상으로 제주도 특급 호텔에서 OT를 진행한 것이 “호화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측과 임금 협상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조 쪽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을 ‘이번 행사에 참가했던 합격자’라고 밝힌 익명의 인물도 지난 5일 노조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신입생에게 과시용으로 제주도 단체관광을 시켜주는 것보다, 선배들과 현직자들이 ‘현대중공업은 정말 좋은 곳이야. 너가 여기 오면 정말 잘될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훨씬 설득력있고 신뢰성이 있다는 것을 회사는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비 신입사원들로 하여금 기업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들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위기경영 중이지만 미래를 위해 인재를 위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는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기업의 자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OT의 경우 이보다는 “과시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가 돼야할 듯 합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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