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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음주 수술이라고?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일요일(30일) 저녁 뉴스전문 채널인 YTN의 뉴스를 보고 참으로 황당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유명 대형 병원에서 술에 취한 의사가 어린 환자의 턱 수술을 엉망으로 해 소란이 벌어졌다는 내용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꼴을 지켜보던 어린 환자의 가족이 격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다른 의사가 와서 재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음주수술한 의사에게 경찰이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YTN뉴스)

뉴스 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보겠습니다. 환자는 이제 막 아장 걸음에 맛들인 3살배기 아이였습니다. 바닥에 쏟아진 물 때문에 미끄러져 뼈가 드러날 정도로 턱을 심하게 찧어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온 겁니다.

그런데 환자 부모의 증언이 기가 막힙니다. “의사가 비틀거리면서 오더니, 소독도 안하고 위생 장갑도 끼지 않고 수술을 대강 3방 꿰매더라고요. 실도 제대로 못 꿸 정도로 취해서는 아이 얼굴에 바늘을 올려놓지를 않나….”

소독도 않고 위생장갑도 끼지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봉합도 못했다? 안절부절못하던 아기 부모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음주 여부를 따졌고, 술 마신 것이 확실해지자 그 사실을 인정하라 했더니 다른 환자들이 있어 곤란하다고 잡아떼더랍니다. 실랑이 끝에 경찰이 와 음주 측정을 해 의사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면 현장 상황이 어떠했는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의료사고 진실규명을 시위로 호소하는 한 환자 가족들.

우선, 불가피하게 선배를 대신해 마지못해 수술에 임했다고 해도 술에 취한 의사를 그 것도 응급환자 수술에 투입한 병원이 우선 한심합니다. 또 정상이 아닌 것을 알았을 터인데 동료 의료진이 말리지 않은 걸 보면 이런 일이 그 곳에선 흔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이가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아야했다면 마취 시간을 배로 연장됐을 터이고 발을 동동 구른 부모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을 거라 짐작됩니다. 물론 여기서 환자의 연령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누구일지라도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자세가 문제인 것입니다.

얘기로만 들리던 의사들의 음주진료, 심지어 크고 작은 수술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전에도 종종 의사들이 근무(수술) 중에 술을 마신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때마다 흐지부지 되곤 했습니다. 수술 뒤 뱃속에 수술기기를 그대로 둔 채 봉합한 황당무계한 경우들도 다시 의심이 갑니다.

그 쪽 계통의 지인들로부터 들은 얘깁니다만, 수술을 하고나면 심각한 피로에 시달린 나머지 집도의가 독한 위스키를 벌컥벌컥 들이킨다고 합니다. 그런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환자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근무 음주는 병원 내 특유의 냄새로 제대로 파악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또 빡센 선후배간 군기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과도한 술자리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수술 기기.

이제 알고 보니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의료진의 음주진료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합니다. 설령 적발돼도 내부 주의나 경고 조치에 머물 뿐입니다. 환자가 목숨을 잃을 정도의 심각한 의료사고가 나야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사실상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에게 음주를 눈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의사는 환자 이전에 사람의 건강과 목숨을 좌우하는 업종입니다. 우리 사회에 음주로 인한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음주운전 못지않게 음주진료에 대한 법적조치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걸 하라고 국민들이 금배지를 달아 주었다는 걸 국회의원들부터 똑똑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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