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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동응> 통상임금, 더 이상의 혼란은 안된다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이 내려진 지도 벌써 1년 가까이가 돼 간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가라앉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임금 교섭 타결률도 5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양보와 타협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통상임금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공공 부문과 임금,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대규모 제조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들 사업장은 새로 소송이 제기되거나, 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또는 다음 임금 협약 체결 기일까지 통상임금 문제 처리를 유보하기로 노사가 합의하는 등 상처는 그대로 둔 상태다.

지난해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무엇인지를 노사합의로 결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통상임금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다만 신의칙 법리에 따라 지금까지 쌓아온 노사 신뢰는 보호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일관된 판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일련의 엇갈린 하급심 판결은 오히려 통상임금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임금 판단 기준은 물론 신의칙 법리 적용까지 개별 사건마다 판단의 차이를 보여 현장에서 노사가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판결마저 엇갈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송을 통해 통상임금 증가 혜택을 받는 것은 주로 고임금의 대기업ㆍ정규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이들과 영세ㆍ중소업체 근로자와 임금 격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게 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 노사정 합의나 국회 입법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원 판결이 급격하고 과도한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는 무분별한 노동계 요구의 촉매제가 돼서는 안 된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나아가 소모적 분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눈에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금품이 무엇인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통상임금 법제를 가진 일본에서는 1임금 지급기를 초과해 지급되는 금품 등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임금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불필요한 분쟁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쟁 심화, 급속한 고령화, 저출산, 경직적인 각종 규제로 나날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개별사건을 다루는 법원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사정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의원들이 국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책임 있는 주체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 줘야 한다. 마침 노사정위원회에서 임금, 근로시간 등 주요 노동 현안이 논의되는 만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통상임금 문제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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