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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메시징 시장은 급변하는데...늙은 사자만 잡겠다는 낡은 규제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시장에는 새로운 ‘공룡’이 등장했다. 이 공룡은 연약한 초식동물은 물론 지금까지 생태계를 지배하던 사자까지 다 잡아먹을 기세다.

하지만 정부는 초식동물을 보호하겠다며 사자만 잡고 있다. 등장한지 두달 밖에 안된, 하지만 생태계를 송두리채 뒤흔들 공룡은 알지도 못한다. 기업메시징 서비스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메시징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카카오는 1300여 사업자와 계약을 맺었다.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그리고 인포뱅크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치열하게 싸우던 시장에 등장, 3개월에 단숨에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다음카카오 앞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자리하고 있지만 계약 사업자 수 차이는 100~200개 정도에 불과하다.

다음카카오의 무기는 ‘카카오톡’이다. 문자로 받던 카드 사용내역이나 각종 공과금 통지서를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가 통신사는 물론 중소기업들도 동등한 조건으로 관련사업을 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인 반면,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한 부가 서비스는 다음카카오만이 할 수 있다. 특히 텍스트 전달만이 가능했던 문자 중심 기업메시징 서비스와 달리, 이미지와 쿠폰 등을 자유롭게 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문자 대비 소비자 도달률 또한 월등하다. 심지어 가격도 헐값 수준이다. 건당 8원에서 10원이 필요한 이동통신 문자와 달리, 카카오톡 메시징 서비스 비용은 거의 0원에 수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문자수요를 순식간에 대체한 카카오톡이 기업메시징 시장도 빠르게 잠식해 오고 있다”면서 “중소, 중견기업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이동통신사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에서 카카오톡은 빠져있다. 중소기업 보호를 이유로 대기업 계열 이통 3사의 문자메시징 서비스만 규제할 뿐, 중소기업은 물론 업계 자체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독점 플랫폼을 가진 새 사업자의 등장은 외면하고 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말 통신 3사가 중소기업이 일군 시장에 뛰어들어 불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대기업 통신사나 중소사업자나 같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서는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통신 3사가 빠진 자리는 중소기업이 아닌 카카오톡이나 심지어 구글, 애플같은 외국계 IT 대기업이 잠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이나 구글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5000억원까지 힘들게 키워온 메시징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대기업을 옥죄기보다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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