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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稅 희롱’에 재계 뿔났다
법인세 인상논의 이어 해외배당소득 공제축소 등 증세 노골화…기업들 “경영활동 위축” 재고 탄원
“세금 더 내는 게 증세 아니면 뭔가요. 소비 더 하라면서 세(稅) 부담 늘리더니, 이젠 투자 더 하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니…”

재계 관계자는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경영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세 부담이 다소 늘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려니 하며 꾹 참았는데, 이젠 법인세 인상 논의도 모자라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낸 소득에도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데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 증세 아니라며 세금 더 걷는 정부의 징세정책이 개인을 넘어 기업들에게도 노골화되면서 재계가 일제히 탄원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정부의 기업들이 해외법인으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에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방침을 재고해달라고 탄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내 모회사의 지분률이 10% 이상이면 배당소득세액을 100% 공제해주던 기준을 지분률 25%로 높이고, 손자회사인 경우에는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예고했는데, 이를 재고해 달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국내외의 배당소득세 형평을 위해서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현행제도로도 미국, 영국, 일본보다 해외법인에서 더 세금을 많이 걷고 있다. 제도가 바뀌면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해외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 가중은 해외투자수익의 국내 유입을 막아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현지법인 내 유보 및 현지 재투자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해외투자수익이 원활히 환류돼 국내투자로 이어지고 우리나라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늘어나는 기업 세 부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최근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논의에 강한 우려를 내놨던 전경련은 20일 박근혜 정부들어 정부의 ‘세금 그물’이 더욱 촘촘해져 이대로 가다간 기업 경영 뿐 아니라 나라 경제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최저한세율 인상과 공제ㆍ감면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증세’라고 못박았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정부가 대기업들이 솔선해 투자할 것을 권하면서도 오히려 연구ㆍ개발(R&D), 설비투자, 고용 등 투자에 따른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증세가 이어질 예정인데 법인세율까지 높인다면 중국 성장둔화,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기업의 수익성과 국제경쟁력이 더욱 악화돼 국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율을 낮췄던 이명박 정부 때도 각종 감세 조치들이 유예되거나 제한돼 대기업들의 실질적인 세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실적 개선으로 이를 감내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실적이 나빠지고 있어 세부담이 더 늘면 감당하기 어려워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성장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 현 정부의 철학이 아니었느냐”면서 “그런데 실제는 성장 촉진보다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 마련하려는 모습인데, 이는 결국 기업활동과 소비 등 세원을 고갈시켜 만성적인 재정부족을 자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길용ㆍ김윤희ㆍ박수진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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