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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세대 연립의 귀환
전세난에 지친 2~3인 가구들
값싼 빌라로 내집마련 선회
지난달 서울서만 4226채 거래
임대사업 용이 경매도 인기


자영업자인 조정식(52,가명)씨는 요즘 빌라(다세대 연립주택) 사업에 큰 재미를 붙였다. 조씨는 지난해 지인의 권유로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 있는 215㎡ 크기 허름한 다가구 주택을 10억5000만원에 사 4층짜리 빌라를 새로 지었다.

전용면적 58~59㎡ 크기의 투룸 빌라가 모두 8채 나왔다. 조씨는 이를 한 채당 2억2000만~2억3000만원에 분양했다. 특별히 분양광고를 하지도 않았는데 6개월만에 모두 팔렸다. 조씨는 “이 일대 비슷한 크기 주택 전세가 1억8000만원쯤 하니까 사람들이 쉽게 분양을 받은 것 같다”며 “비슷한 사업 대상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빌라가 다시 뜨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면 살 수 있어 전세난에 지친 2~3인 가구들 사이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자연히 빌라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8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빌라는 모두 4226채 거래돼 지난해 6월(4841채) 이래 거래량이 가장 많다. 올해(1월~11월18일) 서울 빌라 거래량은 모두 3만5023채로 2011년(3만5533채) 이후 최고치다. 올 12월까지 집계할 경우 2011년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2011년은 원룸 위주의 도시형생활주택 건축 붐이 일었던 해다.

빌라 시세는 올 8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는 평균 0.10% 올라 전달(0.06%) 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올 1~10월 누적치로 0.22% 올라 최근 2년간 하락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 역촌동 이마트공인 관계자는 “빌라는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지역에서 3~4년 전에 지어진 빌라는 분양가격보다 평균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은 “2011년께 도시형생활주택 등 원룸 공급이 급증한 이후 수요대비 과잉공급으로 시세가 추락해 한동안 빌라 인기가 주춤했다”며 “올 들어 2~3인이 거주할 수 있는 투룸 중심의 빌라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빌라는 경매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 10월 수도권 빌라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9.1%로 2011년10월(83%) 이후 가장 높다. 평균 응찰자수도 4.4명으로 2011년2월(5명) 이후 가장 많다.

빌라 인기는 전세난이 한몫했다. 빌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70~80% 수준으로 높다. 아파트 전세난을 피해 빌라를 찾다가 ‘조금 더 보태 아예 사자’고 돌아선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아동 은혜공인 관계자는 “급매로 나왔던 빌라만 싹 팔렸다”며 “대부분 아파트 전세상승을 피해 온 사람들로 신축보다 2000만원 정도 싼 준공 2~3년 된 빌라가 잘 나간다”고 말했다.

빌라 인기가 오르면서 빌라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행운공인 전희제 대표는 “준공된 지 20년 이상 된 다가구 주택을 사서 빌라를 지으려는 업자들이 많은데 살만한 물건이 없는 게 문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최근 정부가 올해와 내년 1만가구 이상 매입 임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주요 대상이 빌라”라면서 “빌라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일한 박준규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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