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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아기공장이어 불임수술 ‘캠프’ 전락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인도 중부의 한 병원에서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 13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인도가 대리모 ‘아기공장’에 이어 ‘불임수술 캠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9일 인도 중부 차티스가르 주(州) 빌라스푸르의 진료소에서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 13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중태에 빠졌다.

피해자 모두 같은 의사인 R.K굽타에게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 의사는 하루에 최대 300명까지 불임수술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4분에 1명꼴 수술=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굽타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에는 6시간 사이 83명의 불임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환자 한 명 당 수술 시간이 4분 밖에 안되는 셈이다.

인도 TV프로그램 사이트 NDTV가 보도한 인도 불임수술 캠프 현장. 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바닥에 방치된 채 누워있다. [출처:NDTV]

인도 정부는 수술팀의 하루 수술 횟수를 복강경 사용시 최대 30건, 수술도구와 상관없이 최대 50건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같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술이 이루어진 진료소의 위생 상태도 최악이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창문 유리는 깨져 있고 바닥은 동물의 배설물로 뒤덮혀 있었다. 수술실은 자물쇠로 잠겨 있어 조사단이 들어갈 수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현지 의료진은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발열과 복통을 호소했다”며 “사망 원인이 복수의 장기 감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 불임수술 현주소=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인구대국 인도(12억명)은 인구 억제를 위해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불임수술 캠프’를 만들어 한해 4000만명의 여성들에 불임수술을 시행하고, 수술시 한화 2만5000원 정도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최근 인도 정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도 전역의 가계 34%가 “여성 불임수술이 현재 가족 계획의 방법”이라고 응답했다.

지나친 남성 권위주의 사회인 인도에서 산아제한 정책이 여성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빌라스푸르의 진료소에서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들은 “콘돔이나 피임약 혹은 자궁내 피임기구를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델리 소재 인도인구재단의 무남 무트레자 대표는 “여성만이 유일한 산아제한 대책인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번 불임수술 여성의 사망사건은 인도에서 산아제한 선택지가 부족한 것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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