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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아세안에 외교 공세…당근과 채찍 전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마친 중국이 이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 중인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미국과 일본을 넘는 명실상부한 아시아 맹주로 올라선다는 복안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개막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미국과 일본 견제를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외교 공세에 나섰다고 전했다.

실제 리커창(李克强ㆍ사진) 중국 총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내년 아세안 10개국 국방장관의 회동을 제안하는 등 동남아 국가들에 적극적 구애를 보냈다. ‘국방 핫라인’ 개설과 동남아 경제 원조 확대를 약속하며 아세안 국가들과 ‘선린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동남아 국가와 중국의 쌍방 간 무역규모 추이. 위에서부터 차례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순. 단위는 10억달러. [자료=WSJ]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당근과 채찍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두고 마찰하는 국가들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채찍’과 무역ㆍ개발원조를 확대하는 ‘당근’을 함께 꺼내들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올 5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해역에 석유시추장비를 설치하면서 베트남과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7월 장비를 철수시킨 뒤부턴 경제 협력을 명목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그 결과 베트남 정부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또 지난해 처음 제안한 ‘21세기 해상실크로드’ 부활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동남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연결되는 육상ㆍ해상 무역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실크로드기금에 4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13일엔 해상실크로드 은행 설립에 50억위안을 출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과 교역을 확대하며 경제적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와의 무역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베트남과는 영유권 악재에도 불구 올들어 10월까지 교역액이 전년대비 22% 늘어나는 등 쾌거를 올렸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아시아 재균형’을 천명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로선 중국의 역내 지배력을 인정하는 대신 경제적 혜택을 받는 것이 아무런 경제적 보장 없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군사 대립하는 위험보단 낫다는 계산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의 전략으로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지만 미국의 저력은 기껏 잘해봐야 미심쩍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면서 “중국의 이익에 맞춰 행동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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