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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간 내일 오전 5시…‘필레 구하기’ 골든타임
햇빛 못받는 절벽근처 자리잡아
자체전력 가동시간 지나면 방전…위치 옮겨야 3개월 수명 연장



46억년 전 지구 생명 기원의 비밀을 풀어 줄 인류 역사 상 첫 혜성 탐사 임무는 ‘삼일천하’로 끝날까, 아니면 ‘3개월 생명 연장’으로 이어질까.

지난 12일(세계표준시) 지구로부터 5억1000만㎞ 떨어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착륙한 탐사 로봇 ‘필레(Philae)’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 애초 착륙예정지를 벗어나, 태양볕이 잘 들지 않는 절벽 근처에 뿌리를 내린 탓이다.

▶한국 시간, 내일 새벽이면 자체 전력 방전=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필레가 보내온 사진과 무선데이터 신호를 분석해 필레의 상세한 착륙 과정과 착륙지점을 분석했다.

필레는 전날 ESA의 발표와 달리 정확히 세번 착륙을 시도했다. 12일 오전8시35분(이하 세계표준시)에 로제타호로부터 분리된 필레는 오후3시33분에 67P의 가장 평지인 1㎢ 면적의 ‘아질키아’에 내려섰다.

하지만 표면에 몸체를 붙들어 주는 작살이 발사되지 않아 다시 상공 1㎞ 가량 위로 붕 떠서 2시간을 67P와 함께 회전했다. 이어 2시간 뒤인 오후5시26분에 두번째 착륙을 시도하다 살짝 튀었고, 7분 뒤인 오후5시33분에 착륙을 완료했다.

위치가 좋지 않다. 아질키아에서 떨어진 곳에 절벽 가까이 몸체가 끼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발이 다리 중 1개가 표면에 붙어있지 못하고 공중으로 솟은 사진이 전송돼 왔다.

문제는 필레의 자체전력은 60시간 뿐으로, 14일 오후8시(한국시간 15일 오전5시)면 모두 방전된다는 것이다. 이후 필레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태양전지로 3개월 간 가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당초 예정 착륙지인 아질키아에서라면 하루 6~7시간씩 태양빛을 흡수할 수 있지만, 실제 착륙 추정지에서라면 하루 90분 밖에 빛을 받지 못한다.

장 피에르 비브링 로제타 프로젝트팀 교수는 “필레와 1미터 거리에 절벽이 있다. 거기선 빛이 적다”고 말했다.

로제타 프로젝트팀은 이제 필레를 구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으로 필레를 재위치시켜야한다.

우선 필레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야한다. 과학자들은 필레와 로제타의 송신 데이터로 필레가 있는 지점을 점점 좁혀가고 있다. 그 다음 필레 내부의 자체 기계 장치를 이용해 몸체를 띄우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매트 테일러 박사는 “안에 햄머가 있다. 이를 이용해 다시 뛰어오르도록 할 수 있으면 좋다. 자체전력이 다 되기 전에 막판시도로서 드릴을 사용할 수도 있다. 많은 행운이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필레는 드릴을 이용해 표면을 뚫어 혜성의 토양을 분석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하지만 착륙 위치가 좋지 않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워릭대학교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팀의 톰 마시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필레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표면에 불안하게 고정돼 있는 것이다. 드릴로 표면을 뚫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필레가 드릴을 쓰면 반작용으로 몸체가 다시 날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필레가 보내온 데이터는 이미 기대 이상이라는 게 프로젝트팀의 내부 평가다. 테일러 박사는 “필레가 2시간 가량을 공중에 떠 다녔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받았다. 처음에는 다른 이유에서 필레가 착륙하기 전에 튕겨지도록 하는 안도 고려했었다가 폐기했다”며 “많은 정보가 필레로부터 전송돼 오고 있으며, 이미 대단한 성공”이라며 만족해 했다. 

▶유럽 인구 1인당 3.5유로의 기적=‘3.5유로의 기적, 우주 탐사 역사 다시쓰다’
10년 8개월 간 64억㎞를 날아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를 착륙시킨 유럽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지구촌이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혜성 탐사선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었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이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선 당연한 비판론이지만, 학계와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유럽우주국(ES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로제타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은 약 14억유로(약 1조9000억원)다. 프로젝트 비용은 20개 ESA 회원국이 분담했다.

물리학자 앤드류 스틸은 자신의 인터넷 웹사이트인 사이언시오그램(Scienceogram)에 이번 프로젝트 비용을 분석한 내용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로제타 프로젝트에 쓰인 돈은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여객기 A380 4.2대의 가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인구 1인당 3.5유로(약 4800원)의 비용을 분담한 셈이다. 이를 다시 연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프로젝트가 시작된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 국민이 1년 동안 투자한 돈은 0.2유로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인기몰이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 티켓 가격인 8.5유로(약 1만2000원)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14억유로가 쓰였지만 ESA는 이미 인류 역사상 최초로 혜성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키며 우주 탐사 역사를 다시 쓰는 성과를 이뤘다. 

로제타는 앞으로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파헤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우주항공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소행성의 지구충돌을 막는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로제타 프로젝트에 대한 학계 여러 전문가들의 기대감을 전하며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수백명의 일자리까지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토머스 라이터 ESA 우주선 및 오퍼레이션 국장은 BBC에 “20년 간 이번 미션과 개발 비용을 나눠보면 유럽 시민이 연간 부담하는 비용은 몇 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이는 새로운 지식 연구에 공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캠페인(Case)의 사라 메인 박사는 “로제타가 보내오는 자료를 통해 이뤄지는 기초 과학적 조사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인 박사는 “우리 사회와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데 우리 주변의 세계를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암세포에 대한 메커니즘의 이해 없이는 새로운 암 치료제를 디자인할 수 없다”면서 기초연구의 하방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입자 물리학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디자인된 시스템이었던 월드와이드웹(www)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연구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연구는 많이 있다”며 “정부가 과학 연구에 투자하고 자금을 지원해 수익이 난 것도 있고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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