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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기로에 선 KB금융 사외이사…끝까지 무책임 vs 관치의 극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지난 12일 오후 늦게 끝난 임시이사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의 입으로 쏠렸다.

이날쯤에는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건을 ‘볼모’로 KB금융 사외이사들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던 차였다. 자신사퇴든, 아니면 최소한 연임 포기 선언이든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 의장은 “이사회에서 거취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 의장은 이사회 직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도 “이사회에 들어가봐야 안다”면서도 “(거취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금융 사외이사의 책임론에 공감했던 김영진 이사도 “(거취 여부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잘라 말했다.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을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며 또다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이날 KB 이사회는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내년 3월까지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KB금융 지배구조의 개혁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사외이사들이 오히려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셀프(Self) 개혁’을 하겠다니 모양이 우스워졌다.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 승인 요건으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KB금융에 있어 지배구조 개선은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책임있는 용퇴라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물론 금융당국이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 회장을 몰아낸 마당에 사외이사 마저 사퇴 압박을 가하는 것은 ‘관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도 KB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을 이사진 사퇴와 결부시키는 것은 관치금융을 지속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이와 관련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나, 감독당국의 사퇴 압박 방식은 부적절하며 현 시점에서 사외이사의 전원사퇴는 경영공백 내지 또다른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외이사와 그들을 점점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감독당국의 무리한 행보, 그 사이에 낀 KB는 수장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불안해보인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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