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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 자살하라”…FBI가 킹 목사에 보낸 협박 편지 공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50년 전 보낸 협박편지가 공개됐다.

비벌리 게이지 예일대 미국역사학 교수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에 FBI가 지난 1964년 킹 목사에게 악의적 말로 가득찬 편지를 익명으로 보냈다고 전하고 편지를 공개했다.

게이지 교수가 공개한 낡고 누렇게 바랜 편지지에는 킹 목사를 비방하는 문장이 빽빽하게 적혀져있다.

그 중에는 ‘악(惡)’을 의미하는 ‘evil’이라는 단어가 무려 6차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편지는 킹 목사를 두고 “당신은 엄청난 사기꾼이고 악마다. 그것도 잔인한 놈이다”라고 비난한다.

[사진=NYT]

편지는 또 킹 목사가 주지육림에 빠져 있으며 간통 같은 ‘비도덕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킹 목사의 부정 행위를 녹음한 오디오 테이프가 있다고 암시하는 듯 “누구도 진실에서 벗어날 순 없다. 당신 같은 사기꾼이라도 마찬가지다. 너는 이제 끝났다”라면서 “성(性)적으로 미쳐있는 당신의 귀로 편지 동봉물을 잘 들어봐라”고 편지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더럽고 비정상적이며 사기로 가득찬 자아를 국민 앞에 벌거벗길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모든 미국인이 당신이 사악하고 비정상적 짐승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문구도 삽입됐다.

마지막으로 편지는 34일의 기한을 주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다. 당신도 그게 무엇인지 알 것”이라며 자살을 종용하는 듯한 말로 마무리했다.

게이지 교수는 “킹 목사가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FBI라고 확신했으며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살해당할 수 있다고 조용히 알렸다”면서 당시 국장이었던 존 에드거 후버를 이 편지의 배후로 지목했다.

실제 1960년대 초 후버 국장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던 킹 목사를 공개 비난하는 등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964년 11월 한 기자회견장에서는 킹 목사를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게이지 교수는 후버 국장이 그 뒤 윌리엄 설리번 국장보에게 익명 편지 작성을 지시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편지가 “후버 국장 시기 미친 듯이 날뛰었던 FBI를 보여주는 가장 악명 높고 당혹스러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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