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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46억년전 태양계 비밀 풀 열쇠 찾았다
유럽 우주 탐사선 로제타호
로봇 필레 사상최초 혜성 착륙



‘46억년전 태양계 진화 역사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릴까’

유럽의 우주 탐사선 ‘로제타호’가 10년 8개월을 날아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 혜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 형성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탐사선에서 보내오는 자료는 태양계 진화 역사와 나아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12일 오전 8시 35분(표준시 기준) 로제타호에서 발사된 탐사 로봇 ‘필레’(Philae)가 약 22.5km를 낙하해 7시간 만에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의 표면 ‘아질키아’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안드레아 아코마조 ESA 비행 책임자는 “필레가 표면에 도달했다는 착륙 신호를 보내왔다”고 확인했다.


탐사 로봇 필레는 혜성에서 수집한 상당량의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기 시작했지만, 착륙 당시 고정장치인 작살 2개가 제대로 발사되지 않아 아직 화성 표면에 몸체를 고정하지는 못했다고 ESA가 밝혔다. ESA는 “필레가 표면에 고정되지 않았고 아직 어떤 상황인지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다”라며 “무선 신호가 불안정한 것으로 보아 필레가 부드러운 모래 위에 착륙했거나 살짝 튀어 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13일 필레와 로제타호 간 무선 연결이 정상화되면 보다 구체적인 상황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무게가 100㎏가량 되는 필레는 중력이 거의 없는 67P에 착륙함과 동시에 튕겨 나가지 않도록 드릴 장치와 작살을 이용해 표면에 몸체 고정을 시도했다. 필레는 표면에서 30㎝가량 아래에 있는 토양을 채취해 화학적으로 분석하는 등 최소 3개월 가량 탐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지구에서 5억1000만㎞ 떨어진 67P 혜성은 마치 고무 오리 장난감처럼 2개의 큰 덩이가 목으로 연결된 모습이어서 ‘오리 혜성’으로도 부른다. 태양 주위를 6년 반에 한 바퀴씩 돈다.

이번 착륙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필레의 67P 착륙은 마치 빠르게 회전하는 쥐불놀이 깡통 위에 10원짜리 동전을 던져 올린 것에 비견된다. 단, 이 깡통이 5억1000만㎞ 떨어진 곳에서 시속  6만6000㎞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이번 쾌거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상상에나 가능해 보이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필레를 로제타호에서 분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분리될 때 1인치(2.54㎝)만 계획과 달라져도 착륙지점에서 그 1만 배인 250m를 벗어나게 된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착륙 지점을 정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가까이서 본 67P는 고무 오리 장난감  ‘러버덕’처럼 2개의 큰 덩이가 목으로 연결된 이례적인 모양이라 ESA의 고민을 깊게 했다.

언덕과 절벽, 바위들이 흩어진 분화구들로 이뤄진 67P의 표면도 착륙에  어려움을 더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착륙에 성공하고도 필레가 표면에서 전복돼 좌초하거나 무용지물이 될 수 있었다.

세탁기 크기의 필레가 뉴욕 맨해튼 크기(3.5㎞~4㎞)에 러버 덕(오리) 모양을 한 67P 혜성에 도착한 뒤 보낸 신호를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가 확인한 시각은 12일 오후4시3분(세계표준시)이었다. 

과학자들은 “우리는 혜성에 왔다. 우리는 혜성 표면에 앉아 있고, 필레가 말을 건네오고 있다”며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중력이 작은 67P의 표면에 고정하기 위해 쏘는 작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안정된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테판 울라멕 ESA 박사는 “매우 선명한 신호와 데이터를 받았다. 이는 좋은 소식이다. 작살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좋은 뉴스가 아니다. 표면에 닻을 내리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직 완전히 잘 알고 있지 못하다”고 확인했다.

울라멕 박사는 “데이터를 보면 필레가 다시 한번 들어올려졌을 수 있다. 표면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튕겨졌다. 한번 착륙한 것이 아니라 두번 착륙했다”고 말했다.

필레는 삼발이처럼 3개의 다리로 서 있게 돼 있으며, 67P 표면이 울퉁불퉁한 데다 중력이 약해 2개의 작살을 발사해 몸체를 표면에 단단히 고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작살은 한번 발사하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 몸체로 돌아오거나 두번 발사될 수 없다. 

작살 뿐 아니라 몸체가 안착 하기 전에 가동해야하는 반동추진엔진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필레는 다시 우주로 튕겨져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앨런 더피 호주 스윈번공대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반동추진엔진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건 진로를 변경할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다행히 필레는 애초 목적지인 67P에서 가장 평지로 ‘아질키아’로 명명된 1㎢ 면적의 네모난 땅에 내렸다. 

이 지역 외에 67P는 벼랑, 비탈, 바위, 작은 구멍 따위로 뒤덮여 있다. 작살 발사 실패로 표면에 고정되지 않은 필레가 아질키아에서 벗어나게 되면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필레는 7시간 동안 완벽한 신호를 보내왔고, 과학자들은 이번 시도를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로제타 프로젝트 측은 필레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있을 확률을 70% 미만으로 잡았다. 18년간 이 프로젝트에 몸 담은 안드레아 아코마조 ESA 비행책임자는 “우주 탐사 역사 상 중요한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다.

필레는 2∼3일가량 자체 에너지를 이용해 작동하고 이후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으로 충전한다. 필레와 함께 로제타호도 67P 궤도를 돌면서 혜성 관찰을 계속한다.

로제타호는 10년8개월 간 65억㎞를 여행한 끝에 인류를 개안시켰다. 이를 위해 총 13억 유로(약 1조7천8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쓰였다.

앞으로 로제타호는 수십억년전 혜성 충돌로 지구에 바다와 땅, 생체분자 생기게 된 것인지 의문을 풀어줄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혜성은 45억년 전 우리의 태양계가 생겨날 때 남은 얼음덩어리들이다. 67P의 토양분석을 통해 핵과 화학조성을 풀어냄으로써 태양계의 생성과정,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난 기원까지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로제타호의 이름은 이집트 ‘로제타석’에서, 필레는 이집트 나일강 지역의 ‘필레오벨리스크’에서 따온 것으로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와 필레처럼 혜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열망이 표현돼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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