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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CB<유럽중앙은행>는 왜 ‘나치의 지하실’을 품었을까
獨프랑크푸르트 동부 신청사 입주…유대인 억류 임시수용소 쓰던 곳
증언 새긴 동판 설치…원형 보존…박해·학살의 역사 잊지않는 의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침체 속에 이달 초 새 둥지로 입주를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 동부 ‘그로스마르크트할레’ 건물을 개축한 신청사는 45층 높이의 트윈타워로, 2600명의 ECB 직원을 수용하게 된다. 본래 도매청과 시장이 있었던 곳이다.

유로존의 금융정책을 관장하는 ECB가 정통 은행가를 떠나 동부 ‘그로스마르크트할레’를 신청사로 선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로스마르크트할레 건물 지하실은 나치 시절 프랑크푸르트 유대인 박해를 위한 임시 대기실로 쓰였다.

나치 정권하의 정치경찰인 게슈타포는 1941~45년 그로스마르크트할레 지하실을 빌려 유대인을 강제 수용했다. 이 지하실에 억류된 유대인만 1만명에 달했다.

이들 유대인은 지하실에 도착한 이후 수시간 내에 열차에 실려 강제 수용소로 끌려갔다.

ECB는 그로스마르크트할레 동편에 있는 이 지하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 나치 시절 억류됐던 1만명의 유대인을 추모하는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지하실 벽에 희생자의 증언을 새긴 동판을 설치했을 뿐 그밖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한 동판에는 “내 앞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며 애써 희망을 표현했다. 또 다른 동판에는 “지옥이었다. 밤샘 검사가 이어졌고 비명과 괴롭힘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프랑크푸르트 유대인사회 대표 살로몬 콘은 공모를 거쳐 선정된 디자인에 대해 “가장 간결한 방법으로, 이 강제이송의 장소에서 어떻게 프랑크푸르트 유대인에 대한 인종청소 길이 준비되고 있었는가를 생생하게 부활시켰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트 유대인 박물관의 부관장이자 역사학자인 플리츠 바크하우스는 “도시 일상생활의 일부였던 건물이 범죄의 현장이었던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3만명의 프랑크푸르트 유대인이 그렇게 고향과 작별을 고했다”며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박해와 학살을 잊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일로, 기념관은 그것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프랑크푸르트에 남아 있는 유대인은 7000명을 조금 넘는다.

ECB는 그로스마르크트할레 기념관 건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ECB는 건설 비용 총 480만유로(65억700만원) 가운데 100만유로(13억5500만원)를 댔다.

또 ECB는 그로스마르크트할레를 신청사 부지로 선정한 직후 유대인 사회와 프랑크푸르트 시와 접촉해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13년에 걸쳐 완공된 기념관은 유대인 강제 이송을 기억하기 위해 지하실 뿐만 아니라 경사면과 통로, 선로, (철도) 신호소도 특별히 포함시켰다.

기념관은 내년 일반에 공개된다. ECB 측은 “기념관 다지인은 그로스마르크트할레의 역사적인 면을 ECB직원과 방문자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들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설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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