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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덕주공 이주 시작…강동지역 전세난 최악 치닫나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강동구 고덕동ㆍ상일동 일대 재건축단지의 이주일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전ㆍ월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 시점에서 이주를 사실상 확정한 곳은 고덕주공2ㆍ4단지다. 지난달 27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2단지는 내년 3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4단지는 관리처분계획 승인을 받는대로, 올해가 가기 전에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단지 합쳐 3000가구 이상이 연말연시 ‘대이동’에 나서는 셈이다.

문제는 전체 가구 중에서 70~75% 정도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이 새로 옮겨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전세가다. 전용 55㎡의 전세가는 1억~1억2000만원, 전용 46~48㎡형은 7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고덕주공아파트 이주가 가시화되면서,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고덕주공2단지 모습.

워낙에 전셋값이 저렴하기에 이 돈으로 강동구 다른 지역에서 새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고덕단지가 몰려있는 상일동의 3.3㎡당 전세가(785만원)는 강동구에서 가장 낮다. 암사동(1175만원), 강일동(1054만원), 명일동(927만원)에 적당한 집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다.

재건축 진행 속도가 늦은 다른 고덕단지는 전세가 수준이 비슷해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주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엔 전세 물건이 충분하지 않다. 고덕동 신한공인 대표는 “고덕단지와 인근 다른 아파트 통틀어 1년간 나오는 전세 매물은 전체 가구의 5%에 그친다”며 “수천가구가 짧은 시기에 이주를 개시하면 주변 아파트로 옮길 수 있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다가구나 빌라도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렌트라이프가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덕동과 상일동의 다가구주택 평균 전세 거래가는 8700만~9600만원 사이다. 다세대주택은 1억~1억3000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기에 가격대가 맞다.

상일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현재 전세 보증금 수준에 맞는 일반 주택으로 갈 수 있다”면서도 “아파트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다가구, 다세대주택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세입자들이 저렴한 소형 아파트로 들어가려면 경기도 하남의 구도심이나 구리, 남양주까지 시야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주로 과거에 지어진 소형 저가주택이 재건축 대상이 되면서 그곳에 살던 서민들은 사실상 갈 곳을 잃은 셈”이라며 “결국 서울을 떠나 경기도 인근 도시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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