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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31빌딩서 롯데월드타워까지…세상을 내려다 보고픈 욕망의 변천사
첫 고층건물은 1938년 반도호텔
70년대 31빌딩 등 랜드마크 경쟁
63빌딩 국내 마천루 경쟁의 전환점
최고층 타이틀은 롯데월드타워가 예약



[특별취재팀] 서울은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600년의 역사를 지닌 수도지만, 한 세기를 넘긴 역사적 건물을 찾기 어렵다. 빠른 속도의 성장을강조하다보니 도시인의 삶을 이끌만한 건축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근 뒤늦게 건축과 도시문화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에도 그 시대의 랜드마크는 자리했다. 주로 시대를 앞선 부호들이 이름을 남기고자 했던 건축물들이다. 당시에도 세상의 꼭대기에서 도시를 조망하고픈 욕망은 있었고, 자본과 결합될 수록 더 거세져 갔다. 이렇게 나타난 욕망의 높이를 따라가다보면, 한국의 현대사를 짚어나갈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 연도: 2016년(예정) 층수: 123층 빌딩주: 신격호(롯데그룹)

▶1970년대 불기 시작한 ‘랜드마크’ 경쟁, 31빌딩 VS 롯데호텔=2층 높이의 빌딩을 벗어나 ‘고층’이라고 불릴만한 건물이 지어진 것은 1938년 서울 중구 소공동의 반도호텔을 최초로 볼 수 있다. 일본 신흥재벌 노구치 준이 지은 이 호텔은 지상 8층으로 당시 국내 최대 규모 빌딩이었다. 해방 후 정부가 운영하던 호텔은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지자,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당시 한국에 들어와 사업 중이던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에게 인수를 타진했다. 호텔사업을 염두에 두지 않던 신 회장은 인수를 망설이다 1973년 반도호텔을 사들인다. 그리고 6년 뒤 반도호텔을 완전히 헐고 지상 38층, 객실 1000개를 보유한 ‘롯데호텔 서울’을 새롭게 선보인다.

31빌딩. 연도: 1971년 층수: 31층 당시빌딩주: 故 김두식(삼미그룹)

이 재건축에는 재미있는 뒷 얘기가 있다. 당시 서울의 ‘랜드마크’는 종로구에 있는 ‘삼일빌딩(31빌딩)’이었다. 1971년 지상 31층 규모로 완공된 31빌딩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목재와 해운업으로 돈을 번 고(故) 김두식 삼미그룹 회장이 모 기업이었던 대일목재공업의 사옥으로 쓰려고 당시에 30억원이나 투입해 세웠다. 국내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고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이 건물은 철골과 유리를 사용한 현대적 건축 공법을 자랑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반도호텔을 인수한 73년부터 롯데호텔을 31빌딩보다 높은 랜드마크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때문에 인수 조건으로 정부에 ‘45층 높이로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법령은 41층 이상의 고층 빌딩을 허용하지 않아, 38층에 만족해야했다. 결국 롯데호텔 서울의 높이는 140m로 31빌딩(114m)을 제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됐다.

123층, 555m의 최고층 랜드마크 ‘롯데월드타워’의 꿈은 이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80년대 63빌딩이 거머쥔 초고층 타이틀=1985년 63빌딩의 등장으로 국내 마천루 경쟁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특히 한동안 가장 높은 빌딩 타이틀을 유지한 31빌딩과 더불어 63빌딩은 완공 이후 움직임이 한국 경제사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우선 이름부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31빌딩은 31층이라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3.1운동’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이 건물이 착공에 들어갔던 1968년, 군사정권의 산업화와 민족의식 성장 정책에 발맞춰 빌딩명을 붙인 것이다.

63빌딩. 연도: 1985년 층수: 60층 빌딩주: 김승연(한화그룹)

63빌딩 역시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일본 도쿄의 ‘선샤인60’보다 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명도 있다. 특히 3년 후인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강의 기적’의 상징물을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31빌딩과 63빌딩을 지은, 삼미그룹과 신동아그룹은 둘 다 경영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빌딩을 매각했다.

김현철 전 삼미그룹 회장은 삼미해운의 적자 누적 등으로 그룹의 상징이었던 31빌딩을 1985년 산업은행에 약 300억원에 매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미그룹은 1997년 3월 20일 한보그룹이 부도를 발표하기 하루 전, 결국 부도를 맞이한다.

현재 31빌딩은 재미교포 조풍언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홍콩의 법인이 주인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자금이 31빌딩 매입 자금으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역시 외환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계열사였던 대한생명을 2002년 한화그룹에 매각하면서 63빌딩은 김승연 회장의 계열사에 편입됐다.

삼성타운. 연도: 2007년 층수: 44층 빌딩주: 이건희(삼성그룹)

▶2000년 초고층 ‘사옥’의 욕망=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4년부터 3년간 서울 서초구에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함께 모여 일할 연면적 11만800m² 규모의 서초 삼성타운을 조성했다. A동에는 삼성생명, B동에는 삼성물산이 입주해 있으며, 최고층인 C동은 삼성전자가 사용하고 있다. C동의 높이는 203m로 44층에 달한다.

강남의 삼성타운이 있다면, 강북에는 최근 지어진 초고층 오피스 빌딩으로 센터원이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그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봐둔 좋은 건물과 로비의 사진 자료 등을 직접 챙길 만큼, 센터원은 박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다.

센터원은 32층으로 삼성타운보다 높이는 낮다. 그러나 한국에 처음으로 뮤추얼펀드를 도입해 포브스 기준 15억 달러(한화 약 1조6000억원) 부호 자리에 오른 자수성가 신화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슈퍼리치 홈페이지(www.superich.co.kr)참조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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