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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저금리시대‘전세역전’월세…466조 보증금 반환이 숙제
보증금 1000만원 월세전환때 年100만원
세입자는 주거비용 큰 부담 기피현상
집주인 낮은 금리탓 선호…불안 가중

임대소득자 과세 유예조치 등 절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제 시행 바람직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대세로 떠오르고 전세는 계속 위축되고 있지만 선진국처럼 우리나라에서 전세제도가 완전히 사라질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지속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임대인 월세선호, 임차인 전세선호 미스매치=먼저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고, 임차인은 전세만 찾는 임대시장의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세난은 계속 심화하고 임대시장 불안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월세 가구가 400만을 넘었다고 하지만 아직 월세는 기피대상이다. 무엇보다 주거비용이 비싼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이 현재 7.2% 수준이다. 1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꾼다면 연 72만원, 매월 6만원씩 내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3~5% 수준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에 살면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받는 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 두는 것보다 훨씬 낫다.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 하고, 임차인은 전세만 찾는 건 이런 상황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보다 많은 전세입자가 자연스럽게 월세로 전환해 전세난이 해소되고 임대시장이 보다 안정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를 강제로 낮추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국회에서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을 현 10%에서 더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재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만약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을 낮춘다고 해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높여 이에 대한 전환율을 산정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다”라며 “전월세전환율 상한선 인하는 ‘전월세상한제’가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데 정부는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월세전환율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길게 보면 시중 금리와 격차가 줄어들면서 월세전환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임대시장이 혼돈의 상황이지만 월세 가구가 전세를 앞지르는 등 조만간 월세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466조 전세보증금, 임대시장 변화의 핵=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가장 큰 숙제가 전세보증금 해결이다. 전세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집을 빌려주는 대신 보증금 명목으로 무이자로 돈을 빌린 것과 같은 형태다. 세입자가 나가면 이 돈을 고스란히 돌려줘야 하는 사금융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국내 전셋집 주인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빌린 돈이 자그마치 466조원(2012년기준)이나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돈이 존재하고, 집주인이 이를 단기간에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세제도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남수 신한은행 서초PWM센터 PB팀장은 “월세시대가 본격적으로 확장하려면 이 전세보증금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임대시장에서 전세의 위치는 당분간 확고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제도’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고 하거나, 임차인이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는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이 쉽도록 국민주택기금에서 전세보증금 일부를 융자할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제도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소득 과세와 임대사업자 지원의 딜레마=월세시대로 재편되면서 임대소득 과세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다. 다만 세금 과세는 해당 사업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 올초 임대사업자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세금 부과를 추진했다가 갑자기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제와 기금 지원 등으로 임대사업자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임대사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직접적인 과세를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남원석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주택자에 적용되는 임대소득 과세 2년 유예조치를 주택 보유 호수와 관계없이 5년간 연장해 임대인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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