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세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2%대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임대인들은 더이상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을 통한 차익 보다 임대 수익을 볼 수 있는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도시개발이 부동산을 사놓기만 하면 자산가치 상승으로 돈이 벌릴 때는 지났다”면서, “전세를 통하지 않고도 주택금융을 통해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전세가 없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에 대처하는 임차인의 자세=임차인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싼 주거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집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발품을 팔아 구했다고 해도 만족할만한 집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깨끗한 집을 구해놔도, 등기부등본을 떼 보면 근저당에다, 대출에다 계약하기가 쉽지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써치센터장은 “전세가율이 평균 70%를 넘어가면서 깡통전세가 될 우려는 항상 존재한다. 전세금반환보증보험 등을 가입해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지만,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월세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변화라면, 차라리 이를 받아들이고 주거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안타깝게도 월세의 주거비용은 절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임대료 협상시 될 수 있으면 보증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며. “월세 세액공제 등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임대시장이 혼돈의 상황이지만 월세 가구가 전세를 앞지르는 등 조만간 월세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있다.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공급과잉 속 월세시장은 임차인이 ‘갑’=월세 공급과잉 속에서 임차인이 갑이 되는 것은 당연한이치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과거에는 청소하는 사람 한명 두고, 임대인들은 매달 계좌에 들어오는 돈만 확인하면 됐다”며 “월세물량이 많아지면서 임대인이 가만히 앉아 돈만 바라보다가는,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뒀을 때보다 수익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전문 정보회사 렌트라이프가 수도권 임차인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따르면 임차인들은 집을 고를 때 집의상태(22.7%)를 경제 여건(51.7%) 다음으로 많이 고려했다. 집이 몇채씩 되는 임대인들의 경우, 이를 모두 관리하기는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임대관리전문회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임대사업자 등록도 고려해볼만하다. 김종필 세무사는 ”임대사업자가 내는 세금이, 수익률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부의 과세의지가 강하다는 전제하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취득세, 양도세 등의 혜택을 받아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을 특화 시켜 임차인을 모집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박승국 대표는 “공실률이 20%에 육박하는 일본의 경우, 캣 아파트, 도그 아파트, 음악인을 위해 방음장치가 잘된 원룸 등 특화시켜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다”면서, “월세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임차인들 니즈에 맞게 수익형부동산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비해야=정부가 지난달 30일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월세대출을 처음으로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에 보증부 월세로 사는 세입자들이 주택기금으로부터 보증금을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이율도 낮추기로 했고, 저소득층을 위한 월세 대출도 처음으로 내놨다. 전문가들은 우선 환영하면서도 정부의 월세지원 대상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전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월세를 찾는 사람이 저소득층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중산층을 위해 전세 대출 등에 상응하는 월세 지원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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