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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세상을 내 발밑에…슈퍼리치 마천루 욕망史
세상을 내 발밑에…슈퍼리치의 로망, 초고층빌딩
세계 최초 20층 건물 ‘뉴욕 월드 빌딩’서
한반도 최고층 건물 ‘롯데월드타워’까지


자본가의 욕망·건축가의 야망·도시의 허영…
살아남으려면 존재가치 스스로 입증해야



[특별취재팀=홍승완 기자] 대한민국이 건물 한 채(?)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123층 규모에 높이 555m. 유사 이래 한반도에 들어서는 가장 높은 건물. 바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짓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다. 7일 현재 88층으로 어깨 언저리까지만 위용을 드러냈지만 의견은 가지각색이다.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알아줄 만한 랜드마크를 하나쯤 가질 때가 됐다”는 긍정론과 “서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저 한 기업가의 욕망이 담긴 건물일 뿐이다”는 부정론이 팽팽히 맞선다.

“생전에 남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싶다”는 거부의 욕망과 ‘누군가가 내 위에 올라서는 것이 싫은’ 범인들의 반감이 맞부딪힌다. 


마천루는 ‘21세기의 피라미드’다. ‘기술의 집적화, 부의 집중화, 산업의 고도화’ 등 산업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 시대에 누가 부자였고 힘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마천루의 역사에는 빠지지 않고 슈퍼리치들이 등장한다. 1890년 세계 최초의 20층 건물로 지어졌던 ‘뉴욕 월드 빌딩’은 언론가이자 사업가였던 조셉 퓰리처(Joseph Pulitzer)의 작품이었다. ‘퓰리처상’으로 유명한 그가 1883년부터 1911년까지 발행인 겸 사주를 역임했던 ‘뉴욕 월드 신문’의 사옥으로 쓰기 위해 세웠다. 그는 죽기 전 자산이 30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거부였다. 퓰리처는 이 건물을 통해 자유와 평등 시대의 도래를 이끌고 있던 신문산업의 위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1900년 이전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파크 로 빌딩(Park Row Building)을 지은 것은 당시 미국의 대표적인 사업가이자 금융인이었던 어거스트 벨몽 주니어(August Belmont, Jr.)였다. 그는 뉴욕시의 첫 지하철 회사의 창업자다. 당시로선 막대한 24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5층짜리도 찾아보기 힘든 시절, 29층짜리 건물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결국 명소가 된다. 


20세기 들어 슈퍼리치의 마천루 건설은 본격화된다.

1908년 뉴욕 맨해튼에 들어섰던 187m의 싱어 빌딩(Singer Building)은 당시 세계 최대 재봉틀 회사이자 제조업체 중 하나였던 ‘싱어 매뉴팩처링 컴퍼니’의 회장인 프레데릭 본(Frederick Gilbert Bourne)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1913년 완공돼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던 241m 높이의 울워스 빌딩(Woolworth Building)은 거부 사업가 F. W. 울워스의 의지로 태어났다. 그는 미국 최초의 할인형 염가매장인 ‘파이브 앤 다임(five-and-dime stores)’을 통해 부를 일궜다.

세계 최고층 건물을 두고 거부들 간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30년 금융가의 거부들이 힘을 합쳐 높이 283m, 77층 규모의 맨해튼 트러스트은행 빌딩을 지으려 했다. 같은 시기 초고층 건물인 크라이슬러 빌딩을 짓고 있던 자동차 산업의 왕 월터 P 크라이슬러(Walter P. Chrysler)는 세계 최고층 건물 타이틀을 빼앗아 오기 위해 꾀를 낸다. 건물 꼭대기에 38m짜리 철침을 박아 빌딩 높이를 319m로 늘렸다. 가장 높은 것이 가장 최고이던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초고층 빌딩을 짓는 일은 여러 가지 위험을 수반한다. 1969년 시카고에 지어진 459m 높이의 존 핸콕센터(John Hancock Center)의 경우 처음엔 유대계 스포츠 재벌인 제리 울만(Jerry Wolman)에 의해 시작됐으나, 공사 기간 중 파산하면서 보험회사인 존 핸콕 생명보험사가 넘겨받아 마무리한다.

미국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도 1945년 B-25기가 건물 북쪽면의 79층과 80층 사이에 충돌해 40명이 사망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숫자보다 비행기가 충돌해도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는 사실을 오히려 화제에 올렸다.

그렇게 지어진 초고층 빌딩은 결과적으로 ‘역사가 자본가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물’로 쓰인다.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인간’ 가운데 한 명인 미국의 석유왕 존 D. 록펠러(John D. Rockefeller)는 지독한 독점으로 부를 쌓았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들은 그의 가문이 남긴 뉴욕의 록펠러센터를 기억한다. 19개의 건물군으로 형성된 록펠러센터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뉴욕의 심장부를 장악하고 있다.

부동산 왕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2009년 미국 시카고에 423m 98층 규모의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 앤 타워’를 지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엔 사실상 국가 주도의 마천루 건설이 점점 주를 이룬다. 중동과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부국을 중심으로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프로젝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나 대만의 ‘타이베이 101’,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등 지난 20년간 세계 최고층 자리를 차지했던 건물들은 모두 국가 주도로 ‘여러 부자들이 손을 맞잡고’ 건설한 것들이다.

지금도 세계에서 건설 중인 3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100개가 넘는다. 시공 계획 중인 건물의 숫자를 더하면 300개에 육박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불고 있는 세계적인 초고층 건물 건축 붐에 대해 “자본가들의 욕망, 건축가들의 야망, 고도의 마케팅 기법과 도시가 담고 있는 허영이 공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명한 것은 21세기 들어 등장하고 있는 초거대 마천루의 성패가 완공에만 있지 않다는 점이다. 건물 스스로가 ‘랜드마크’로서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슈로 떠오른 롯데월드타워 역시 우리에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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