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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0만원대…‘동네차’ 된 수입차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수입차를 타면 세무조사를 받는다던 시절이 있었다. 수입차가 부(富)의 상징이던 때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수입차를 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고급차 일색이었던 수입차 시장에 글로벌 대중 브랜드들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올 들어 수입차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베스트셀링카의 교체다. 고급 브랜드인 BMW와 벤츠의 중형 승용차들이 차지하던 ‘월간 최대판매’ 타이틀을 대중차인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이 가져왔다. 2008년 한국에 출시돼 2.0 TDI를 포함한 총 3개 모델이 판매중인 티구안은 올들어 5, 7, 9월에 판매 1위의 영예를 차지했다. 3840만원~4830만원 가격과 13.8㎞/ℓ의 연비가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 수요층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 결과다.

푸조 2008

푸조의 ‘뉴 2008’도 이제 막 출시됐지만 ‘제2의 티구안’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출시된 뉴2008은 사전계약만 1000대를 받으며 업계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역시 가격과 연비가 경쟁력이다. 뉴2008의 국내 출시 가격은 2650만원~3150만원로 당초 예상가격보다 500만원 이상 낮다. 연비 역시 17.4㎞/ℓ로 국내 판매되는 차량 중 상위권이다. 한불모터스는 올해 3000여대, 내년에는 무려 6000~7000대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중상층 마케팅에 공을 들여왔던 고급차 브랜드들도 중소형 모델을 중심으로 대중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폴크스바겐 티구안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CLAㆍGLA클래스 등 소형차 모델을 국내에 대거 출시했다. 덕분에 벤츠의 올해 1~9월 소형차 판매대수는 2078대로 지난해의 두 배로 불어났다. BMW 역시 소형 라인업인 1시리즈와 2시리즈, X3 등을 출시했다. 아우디는 자사 승용차 중 가장 작은 A3를 선보였다. 재규어도 내년에 자사의 최초 소형 승용차인 XE를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물론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20~30대 소비자들은 곧 미래의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달 공개한 소형차 체험공간 ‘메르세데스 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는 하방경직성(기존 상황보다 낮은 상황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제품”이라며 “수입 엔트리 모델을 구매한 고객들이 향후 수입차 중 한 단계 급이 높은 모델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11월 중 벨로스터와 i30의 부분변경(facelift) 모델을 선보인다. 이 두 차종은 i40와 함께 20~30대를 겨냥해 만든 브랜드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을 구성한다. 그런데 현대차 내수판매 승용차 가운데 PYL 비중은 지난 해 5.6%(연간), 올 해는 3.4%(3분기말)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대ㆍ기아차의 중소형 시장 마케팅 강도는 K9, 제네시스에 이어 아슬란까지 이어지는 중형 이상에서의 공략 강도만 못하다. 현대ㆍ기아차를 안방시장에서 괴롭히겠다며 수익성을 넘어 시장구조 변화까지 겨냥한 수입차 업체들의 강도가 더 거센 모습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 한국 시장이 수익 측면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지만 글로벌 경쟁 측면에서 보면 라이벌인 현대ㆍ기아차 수익의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전략적 가치는 큰 곳이다”라고 귀띔했다.

/tiger@heraldcor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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