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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가속화되는 엔低, 100엔=900원도 대비해야
일본 통화 당국이 연간 최대 20조엔에 달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4월 60조~70조엔의 통화량 확대에 이어 또 다시 돈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이번 조치로 엔화 약세는 더 빠르게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회복세가 더딘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더 짙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엔화 가치의 하락은 특히 한국 수출기업에는 치명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한국산은 그만큼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일본과 겹치는 게 55개에 달한다. 또 이들 품목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4%다. 차제에 일본 기업들은 한국과 경쟁하는 제품의 수출 가격을 내려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들 것이다. 이미 자동차의 경우 엔저(低) 여파로 현대ㆍ기아차의 수출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는 반면 일본 자동차업계는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이제 그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중국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인 휴대전화는 중국 기업이 턱밑까지 쫓아왔다. 전기전자,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대부분 업종 상황이 비슷하다. 엔저와 더불어 낮은 가격에 품질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의 공세로 곱사등 신세가 따로 없다.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치면 수출로 활로를 열어가는 우리 경제는 힘 쓰기가 어렵게 된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대로 진입하면 수출이 4.2% 감소하고, 900원까지 내려가면 8.8% 급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연구기관에선 내년중 800원까지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안팎의 환경도 좋지 않다. 엔화 약세만해도 감당하기 버거운 판에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조짐이 완연해지고 있다. 유럽의 경기도 예상보다 회복이 늦어지는 바람에 수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엔저 공세에 적극 대응할 뾰족한 방안은 사실 마땅치 않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돈을 풀 수도 없는 입장이고, 외환 시장 개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쓰나미가 지나갈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은 내수 살리기에 더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부품소재산업 등 전략 산업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1원이라도 원가를 줄이도록 마른 수건도 한 번 더 짠다는 각오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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