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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세월호 200일, ‘비탄의 공화국’에서
활자가 저무는 시대,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가을호 매진소식은 경이적이다.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선 같은 종이를 만지는 옆동네의 반가운 소식이지만 즐겁지만은 않다. 가을호에서 다룬 ‘4.16, 세월호를 생각하다’란 특집이 문학잡지 증쇄돌입이란 사건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서 깊고 오랜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여러 문인들이 참여한 특집에 소설가 박민규의 글 ‘눈먼 자들의 국가’가 인상적이다.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집을 나선 지 198일만에 ‘눈을 감지 못했던 아이’가 우리 곁에 차가운 시신으로 귀환했다. 100일이 넘도록 추가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자, 최후의 방안으로 실종자 가족들이 인양을 조심스레 검토했지만 투표결과 수색을 지속하기로 결정한 다음날, 추가 시신이 발견됐다. 세월호 295번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황지현양은 자신의 생일에 부모앞에 나타났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선 지 198일만이다. 1일 발인과 함께 부모는 외동딸은 평생 가슴에 묻었다. 지현양이 집을 떠난뒤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은 4월 16일, 그리고 세상과 영영 작별한 11월 1일, 꼭 200일이다.

200일 동안 대한민국은 ‘비탄의 공화국’이었다. 거리 곳곳에 만장처럼 노란 리본이 휘날리는 모습은 ‘국상(國喪)’중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일 동안 슬픔에 빠져 있던 이 땅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승객들은 두고 가장 먼저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에게 사형이 구형됐고,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백골이 됐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투쟁에 ‘폭식투쟁’이란 무례는 극단적이지만, 정치권과 사회는 세월호법을 두고 분열됐다. ‘판교참사’에서 보듯, 후진형 안전사고는 여전했다.

다행히 200일 즈음에 여야가 ‘세월호 3법’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도 특별법안을 사실상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세월호법을 놓고, 나라가 두쪽이 날 정도로 정쟁과 분열이 심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의 감은 어쩔 수 없다. 200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세월호특별법이 발효되면 진상규명에 1년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잊혀져서도 안되고, 잊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한국사회가 비탄에서 벗어나 세월호 쇼크에서 서서히 벗어나야 할 때다. 비극을 되새는 것만으로 또 다른 비극을 막지 못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비극을 치유하는 일은 쉼없이 계속되야 할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는 유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으만으로 끝날 순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200일이 넘어가고 있는 이즈음, ‘비탄의 공화국’에서 벗어나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나라 전체가 비탄에 빠지는 이런 일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해야만 한다. ‘눈먼 자들의 국가’되서는 안되는 이유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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