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세계에서 가장 비싼 ‘아이폰6’의 타이틀은 채 하루를 가지 못했다. 이동통신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단말기유통법을 적극 지지해온 이동통신 3사가 기습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덕이다.

결국 국내 스마트폰의 높은 가격은 제조사가 아닌, 이통사가 만든 작품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새벽에 줄 서 스마트폰을 사는 불상사를 막겠다며 나온 단말기유통법을 무색하게 만든 아이폰6 대란이 지난 1일 저녁 펼쳐졌다. 아이폰6 16기가 가격은 20만원 초반, 심지어 10만원까지 내려갔다. 미국, 일본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통 3사의 공식 가격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이폰6를 세계에서 손 꼽히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용자 차별을 막아야 한다는 단말기유통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실 거래 가격과 가격표의 차이다.

아이폰6가 출시된 지난달 31일, 그리고 하루 지난 1일, 아이폰 사용자들은 두번의 줄을 섰다.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새벽에 줄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도, 또 단통법을 만든 정부 관료의 의지도 통신사들의 보조금 앞에서는 무력해진 것이다.

문제는 두 번의 아이폰 줄 사이 가격 차이다. 31일 줄 선 사람들은 60만원이 넘는 돈을 기계값으로 낸 반면, 1일에 줄 선 사람들은 단돈 20만원에 같은 기계를 구매했다.

이 사이 변한 것은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공식 보조금이 아닌, 판매촉진비를 가장한 불법 보조금의 ‘시드 머니’가 늘었다.

제조사들의 비협조를 핑계로 “보조금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며 월 7만원이 넘는 비싼 통신 요금을 내야만 10여만원의 쥐꼬리 보조금을 줄 수 있다던 통신사들의 말이 사실 무근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