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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활한 대세남’ 김태훈의 ‘비긴 어게인’
[헤럴드경제(제주)=조범자 기자]다시 시작이다. ‘대세남’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화려하게 비상했던 지난해. 그러나 올시즌은 사뭇 빛을 잃었다. 지난해만큼의 폭발력도, 존재감도 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 그의 클럽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달 초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JCHOI 인비테이셔널에서 2위에 오르며 시동을 건 김태훈(29)이 3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개막된 헤럴드·KYJ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선두에 1타 뒤진 5언더파 67타 공동 4위로 힘차게 출발했다. 김태훈은 “올시즌 상반기에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감을 되찾았다. 잃었던 자신감도 붙었다”며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약속의 땅’ 제주에서 다시 날갯짓=제주는 ‘약속의 땅’이다. 5년간 조용했던 ‘게으른 천재’ 허인회가 지난해 이 대회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태훈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같다. 그는 지난해 데뷔 첫 우승에 8차례나 톱10에 올랐다. 어디 숨어 있다 이제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 폭발적인 장타, 훤칠한 외모 등 스타성을 두루 갖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12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단 3차례, 컷탈락도 3번이나 있었다. 김태훈은 그러나 KJ CHOI 인비테이셔널에서 올해 처음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태훈은 30일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로 1라운드를 마친 뒤 “얼마전부터 감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조만간 좋은 성적이 나올 것같다고 얘기했는데, 내 말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것같아 기분좋다”며 웃었다. 이날 단연 돋보인 건 집중력과 몰아치기 능력이었다. 14번홀까지 2타를 줄이는 데 그친 김태훈은 15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다. 악명높은 이 홀에서 동반자 허인회가 세번째 샷을 그린 앞 나무계단에 떨어뜨리며 경기위원을 부르는 등 10분 이상을 지체한 것. 흐름이 끊길 법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4m 내리막 버디퍼트를 기막히게 성공시켰다. 이후 16번홀(파4), 18번홀(파5)에서 버디 사냥을 펼치며 순식간에 순위를 끌어올렸다. 

사진=제주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입스 악몽 재현? 다행히 샷 감 되찾았어요.”=그는 지난해 장타왕(평균 297.094야드) 수상자다. 180cm 큰키와 탄탄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시원한 장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올 상반기 부진했던 이유가 바로 그 드라이버샷 때문이었다.

“상반기에 드라이버샷이 크게 흔들렸어요. 대회마다 아웃오브바운즈(OB)를 너무 많이 냈어요. 성적이 날 수가 없었죠. 일부러 티샷할 때 드라이버를 잡지 않을 정도였어요. 다행히 얼마 전부터 샷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문제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가장 최악이었던 때는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보성CC 클래식에서였다. 3,4라운드에서만 7차례나 OB 구역으로 공을 보냈다. 좁은 홀에 가면 불안감이 심해진 것도 이때부터였다. 자연스럽게 지난 8년간 그를 괴롭혔던 드라이버 입스(Yips)가 떠올려졌다. 샷을 할 때 호흡이 빨라지고 손에 경련이 일어나는 현상. 김태훈은 당시 “백스윙을 하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몸이 굳었다. 그러면 늘 오른쪽으로 공이 날아갔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태훈은 “입스가 또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사실 있었다. 하지만 금세 샷감이 돌아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승부 걸 기회가 오면? 또 욕심내야죠.”=투어 대표 미남 홍순상을 앞질렀다. 바로 여성갤러리들 숫자에서다. 대회 내내 김태훈 팬들은 그의 이름을 새긴 머리띠를 손수 만들어 쓰고 다니며 그를 응원했다. 김태훈은 “순상이 형과 팬층이 다르다. 나는 장타 때문에 남자 팬들도 좀 있다”고 웃으며 “처음엔 대회장이 내 일자리라는 생각에 항상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많이 웃기 시작했다. 팬들 덕분이고, 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태훈은 지난해 이 대회서 허인회·김형태와 챔피언조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치렀지만 퍼트 난조로 9위에 머물렀다. 김태훈은 “1,2라운드 스코어가 별로 안좋아서 3라운드에서 편하게 쳤더니 성적이 확 좋아졌다(65타 코스레코드). 막상 올라가니 욕심이 나더라. 우승보다는 대상 욕심이었다. 2위만 해도 대상을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스코어를 콘트롤했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챔피언조에 들어가면 좀 달라질까? 김태훈의 대답이 걸작이다. “에이, 그래도 욕심 내야죠. 남은대회 모두 우승이 목표이니까요. 대신 지난해처럼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마인드콘트롤하겠습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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