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기업 30%가 부실위험에 직면했다”는 韓銀의 경고
한국 경제의 주력부대인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수출 전선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60%, 18% 급감하는 실적을 보인데 이어 조선 부문의 간판기업인 현대중공업 마저 2조원에 육박하는 창사이래 사상최대의 적자를 내면서 ‘어닝쇼크’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대기업들의 실적이 이럴 정도니 중견ㆍ중소 기업의 사정은 보나마나다. 수출기업의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70(기준 100)으로 나타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3월 56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올 상반기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09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0.7%)로 돌아섰다. 2010년 7.5%에 달하던 매출영업이익률은 5년 연속 하락해 올 상반기 4.7% 까지 가라앉았다. 1000원 어치를 팔고 번 돈이 불과 5년 새 75원에서 47원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처럼 기업체질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외부 충격이 닥치면 10개 기업 중 세 곳이 도산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경고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30일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단의 경제회생책으로 동원했던 양적완화 조치를 6년만에 끝내기로 했다. 이에따라 미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더 커진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악의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98% 포인트 떨어져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제조업의 한국경제 견인 능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추세적ㆍ구조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산업구조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국내투자를 독려하는 한편, 내수 서비스업 육성과 창조적인 신생기업 창업에서 성장의 활로를 찾겠다고 하지만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가로막는 온갖 규제의 개혁은 여전히 미진하기만 하다. 경제 회생의 불씨를 살리려면 우선 민간과 정부의 크고 작은 투자계획이 잘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규제만 풀리면 즉시 집행될 수 있는 투자과제들을 중심으로 신속한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국회가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다. 대기업들도 기존의 경영방식에 안주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재도약을 위한 전기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다. 위기 때 더욱 빛나는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기대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