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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 ‘마중물’ 이다 - 변성섭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10월 28일은 저축의 날이다. 하지만 가계저축률(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가계순저축의 비중)은 90년대 이후 가파른 하향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가계저축률과 전망’ 자료를 보면 한국은 가계저축률이 3%대로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경기가 안 좋으면 저축을 더 하는 게 일반적인데 저축률이 계속 하락세다. 원인은 다양 하지만 소득 정체와 부채 증가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것이 주된 이유다. 성장률과 고용률이 동반 하락하는 ‘고용 없는 성장’ 속에 가계 소득은 줄은 반 면 주거비 사교육비 등 필수소비항목은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1980년대 이후 10%이상 떨어졌다. 그사이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아파트값이 치솟자 빚을 내 집을 사는 가구가 급증한 데다 주거비, 사교육비 부담 등 사회ㆍ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얼마 전까지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가 문제였는데 지금은 치솟는 전월셋값에 허덕이는 ‘렌트푸어’가 더 걱정이다. 예금금리 하락도 저축을 기피하게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저축이 줄어든 원인을 세금우대의 축소와 소비정책을 지목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저축률이 1%포인트 감소할 때 투자는 0.25%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9%포인트 하락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저축률이 줄어드는 만큼 가계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도 나빠진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도 “미국은 지나치게 낮은 가계저축률과 주택 구입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및 구조적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했다”며 “한국도 저축률이 현 수준에 머무르면 내수산업의 성장이 어려워져 대외 충격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가계에서 남은 돈을 예금으로 쌓아두면 경제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이 외채에 기대지 않고 투자와 생산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경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내수를 발판으로 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가계 저축률을 높이는 게 필요 한 것이다. 가계 저축률의 가파른 하락세는 산업 발전에 투입할 투자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주는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가계 저축이 줄면 노후 생활의 불안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저축률을 끌어 올리는데 개인의 소비행태를 개선해야 한다. 요즘 소비가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다.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졌으니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시장경제에서 소비가 너무 둔화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친 과소비나 신용구매, 할부구매의 남용과 같은 잘못된 소비행태가 만연하는 것은 경제기반 약화라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합리적 소비와 저축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은 정부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저축률을 높이고 100세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노후소득과 건강보장을 위한 상품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율을 낮추거나 세금 혜택을 줘서 개인이 저축할 수 있는 의욕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시장규율이 금융의 신뢰 확보와 금융소비자 보호관점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상품의 특성과 리스크에 대한 설명의무 및 금융상품 간 비교공시제도를 보완, 강화해야 한다.

저축은 개인과 국가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과 같다.

펌프를 시동할 때 한바가지 정도의 물만 부어주면 압력이 변해 지하수를 수월하게 끌어올리는데 사용하는 물이 마중물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는 저축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저축의 날을 맞아 저축하는 문화를 다시 점화 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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