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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억새
가을의 한복판, ‘추정(秋情)’을 만끽하려는 발길들이 바쁘다. 행락객들이 선호하는 가을의 풍광 중 하나는 아무래도 억새밭이 아닐까. 2미터가 훌쩍 넘는 억새들이 한줄기 바람에 은빛으로 무수히 흔들리는 모습은 찬란하고 아련하다. 국내 유명 군락지로는 밀양 사자평, 정선 민둥산, 창녕 화왕산, 장흥 천관산, 포천 명성산 등을 꼽지만 서울에도 그 못지 않은 장쾌한 억새밭이 있다. 상암동 하늘공원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억새밭이지만 규모가 작지 않다. 5만8000평 빼곡히 들어찬 억새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지난 주말 하늘공원에는 억새를 보기 위해 물밀듯 인파가 몰렸다. 하늘공원 억새 축제는 2002년 공원이 문을 연 해 시작해 올해로 13회째인데 갈수록 성황이다. 
아예 억새반 사람반이었지만 길따라 걷다보면 호젓한 길도 만나게 되고 억새를 그늘 삼아 한숨 돌릴 곳도 많다.억새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모양새가 일품이지만 소슬한 바람에 서걱대는 잎새소리도 가을을 깊게 느끼게 해준다. 하늘공원의 억새는 사실 조성 초기에는 엉성했다. 억새가 충분히 자리잡지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지난 10여년동안 억새는 타고난 번식력으로 하늘 공원을 메우고 높게 자랐다. 우리가 흔히 억새꽃이라 부르는 억새의 흰 술은 억새의 씨다. 하얀 날개를 단 씨가 바람에 날려 흩어져 발아하기 좋은 곳에 떨어지면 씨에서 싹이 돋아나 억새로 자라난다, 억새는 윗부분만 죽고 뿌리는 그대로 살아 이듬해 더 많은 포기로 입과 줄기를 만들어낸다. 하늘공원을 내려오는 길, 할아버지 한 분이 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가 보물장이란다. 메탄가스도 나오고 천연 에너지도 만들어내거든”. 이제 하늘공원은 쓰레기 매립지로 만든 인공산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연은 버려진 것들을 너끈히 받아내고 치유하고 왕성하게 번식중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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