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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예술을 통한 마음의 치유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현재 전시중인 ‘천국의 문’은 평화와 위로,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품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방문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이기도 한 ‘천국의 문’은 너비 4.6m, 높이 6m, 무게 6톤으로 웅대하고 화려하다. 누구나 이 문 앞에 서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천국의 문은 1401년 당시 피렌체의 세력가였던 ‘섬유길드’가 페스트 퇴치를 기념해 도시 중앙에 있는 성(聖)요한 세례당의 청동 대문으로 제작됐다. 입찰 공고를 통해 당시 25세였던 로렌초 기베르티가 제작을 맡았다.

기베르티는 성당 북쪽의 문도 같이 만들었는데 북문 제작에만 21년, 동문 제작에 27년 총 48년 동안 작품을 만들었다. 단 두 개의 문을 제작하는데 예술가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것이다. 원래 작품명은 ‘믿음의 문’이었으나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으로서 손색없다”고 평가하고 난 이후 천국의 문으로 불리고 있다.

황금빛인 이 문에는 10가지 구약성경의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정교한 묘사와 원근법을 사용한 표현법이 실로 놀랍지만 무엇보다 시대적 불안감을 이겨 내기 위한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이 제작될 당시 유럽은 대홍수와 흉작 등 자연재해와 유럽 전역을 공포에 몰아 넣은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피렌체 지도자들은 신앙의 힘으로 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피폐해진 사회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처럼 예술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놀라운 기능이 있다. 나쁜 기억을 순화시키고, 즐겁고 유쾌한 순간을 붙잡아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이라는 책에서 예술이 가진 ‘치유 기능’에 대해 철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예술은 삶에 주어진 고난을 웅대하고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특히 인간은 숭고한 작품 앞에서 ‘즐거운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고 책은 말한다. 영원한 존재인 예술에 비하면 우리의 불행이 얼마나 사소한 지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일상의 초조함과 근심까지도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웅대한 자연 앞에서도 숭고함에 대한 자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찰나에 이뤄지거나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예술 작품은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숭고한 경험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

요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지쳐있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사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남북 분단, 전쟁 위협, 각종 재해와 사고, 경제적 양극화, 폭력과 경쟁, 질투, 따돌림 등 여러 가지 고난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바티칸 시국의 지오반니 라이올라 추기경은 ‘천국의 문’ 국내 전시회를 후원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세월호 사건의 비극으로 인한 대한민국 국민의 슬픔과 함께 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왔다. 위대한 예술품을 보며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비단 유명한 작품만 치유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박물관이나 공연장 혹은 영화관에서 훌륭한 예술 작품을 느끼고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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