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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단통법 2R… 기업 엄포 놓는 정부, 눈뜬 장님 국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초장부터 ‘전국민 호갱(어리석은 국민)법’ 신세가 된 단말기 유통구조 시행법이 시행된 지 스무 날이다. 그런데 단통법 후폭풍 중심에 서 있던 정부는 엉뚱하게 기업에다 으름장을 놓는 꼴이고 정부를 감시하는 국회는 이제와 “대안을 검토하겠다”며 호들갑이다. 문제는 그 ‘호들갑’이란 것도 가만 보면 통신시장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일단 법을 만든 장본인인 정부는 지난주 제조사ㆍ통신사 CEO를 긴급히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특단의 대책’까지 언급하며 기업에 엄포를 놓았다. 단통법의 취지에 따라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에 단말기 값을 찍어 누르고 보조금을 인상하라는 강요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정작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건 정부의 규제인데 결국 정부 압박에 못이긴 해당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벌써부터 일부 이동 통신사는 신규 가입에 보조금을 더 지급한다는 둥, 단순 기기 변경에 한해 보조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둥 그렇고 그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경쟁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애초의 시도가 잘못된 만큼 보조금이나 단말기 출고가만 손을 봐서는 통신비가 떨어질 일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거세다. 단통법 실패의 원인을 분리공시가 무산된 탓으로 돌리는 정부의 태도도 곁가지에만 매달린 처사라는 평가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을 못해서 안달이 난 모양”이라며 “통신업체들이 보조금과 요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통신비가 싸진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단 하나의 반대표도 없이 단통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의원들은 뒤늦게 정부를 향해 호통을 치는 것도 모자라 ‘눈뜬 장님’ 신세다. 지난 17일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분리공시와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담은 개정안을, 지난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도 분리공시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만병통치약’인 듯 말하는 분리공시 제도가 도입이 되고 또 보조금 상한선이 폐지되면 과연 통신비가 인하될까. 이 마저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갤럭시노트4의 보조금이 10만원 남짓이었는데, 분리공시 후 갤럭시노트4 보조금 10만원 중 삼성전자는 단 1만원만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에 신제품에는 보조금을 거의 투입하지 않았다’,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한 이후에도 통신사들이 여전히 보조금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나올 법한 기사는 안 봐도 비디오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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