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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갱법’ 만들어놓고 이제야 호통만…고뇌없는 대안만 쏟아내는 의원님
단 하나의 반대표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 보름 만에 실패한 법으로 판명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소비자가 ‘호갱’(호구+고객의 비속어)이 됐다”며 되레 장관을 상대로 호통을 친다. 네티즌들로부터 ‘통신사들만 배 불리는 법’으로 불리는 단통법을 통과시킨 주역들이 바로 자신들인데도 말이다.

사실상 정부를 대신해 단통법을 청부입법했던 새누리당은 이 법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문제가 있다고 법을 무작정 폐지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단통법 후폭풍이 거세지자, 지난 14일부터 “가격상승에 소비자는 외면했고, 단말기 유통시장은 얼어붙었다”, “법 시행 후 보조금 시장의 과열은 잡혔지만 오히려 갖가지 문제점들이 도출되고 있다”는 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시행된 단통법이 홍보와는 달리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당 내부적인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단통법’은 태생 자체부터 정치적이었다.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발화점이었다. 문제는 이제와 부랴부랴 보완책이라며 여야가 내놓는 대안마저도 정치적인 모습을 띠고 있단 점이다.

미방위 소속의 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의 단통법 국감 마저도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다. 시장경쟁의 작동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뇌가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비가 미국, 일본과 엇비슷하고, 심지어 중국보다는 싼 국내 단말기 출고가가 왜곡된 정부자료를 통해 해석되는데도 이에 대한 심도있는 지적이 국감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보조금만 손을 봐서는 통신비가 떨어질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정치권에선 분리공시제 도입만이 ‘만병통치약’인 듯 설명되고 있다. “분리공시 없는 지원금 공시제도로는 투명한 유통구조 정착이라는 법안의 목적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인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이미 이틀 전 지원금 공시제도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미래창조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보완책 마련에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미방위 소속의 한 새누리당 의원도 “일단 분리공시제부터라도 도입을 하면 시장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통신비 요금을 정할 수 있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에 대한 의원들의 견해를 묻자 뜨뜻미지근한 답변이 돌아왔다.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앞으로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했고,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왜곡된 단말기 출고가부터 시작해서 통신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솔직했다. 그는 “죄송하다. 곧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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