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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항공기 탑승 때 제복 입은 군인들은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석, 그리고 장애인들과 함께 앞줄에 선다. 쇼핑센터에서는 제대증을 내밀면 최소 10% 추가할인 혜택을 받는다. 관공서 민원실이나 은행 창구에서도 군인들은 우선이다.

다름 아닌 미국사회 얘기다. 미국인들의 군에 대한 예우는 각별하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은 우리의 6월 6일 현충일과 유사한 ‘메모리얼 데이’이다. 토·일·월 3일 연휴동안 군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미국 전역에서 엄숙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원래는 미국 남북전쟁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1865년 5월 30일 제정됐지만 지금은 복무 중 숨진 군인은 물론 소방관이나 경찰관도 포함한다. 

‘우리의 스러져간 영웅들을 기억하라. 그들이 바로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이유다. (Remember, our fallen heros. They are the reason that we are free.)’ 미국 국민들의 군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이 경구는 분단으로 적과 대치한 우리를 더 머쓱하게 한다. 
내년이면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뿌듯하기보다 민망하고 불안하다. 잇따른 병영 사고로 믿음을 저버린 군이 이번엔 여군 성범죄로 공분을 사고 있다. 진급을 악용한 성범죄 피해자 60%가 여하사이고 상관의 몹쓸 짓은 3년 새 4.5배나 늘었다고 한다. 여군의 주적이 남군(男軍)이라는 대목에선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다.

올해로 3회째인 ‘제대군인 주간(8~14일)’이 소리 없이 지나간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탓일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도 모른다. 예우는커녕 ‘군발이’라는 저속어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거리낌이 없는 것은 왜 일까. 사랑받고 존경받는 늠름한 군을 다시 보고 싶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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