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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아카우를 지게 하라?’…K-1 승부조작 의혹 증폭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두 차례 K-1 MAX 토너먼트 우승에 빛나는 무에타이 슈퍼스타 부아카우 반차멕(32ㆍ태국)이 2014 K-1 MAX 결승전에서 경기 도중 갑자기 링을 내려와 대회장을 이탈한 사건과 관련, K-1의 승부조작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1일 태국 파타야 소재 인도어애슬레틱스타디움에서 열린 K-1 월드 MAX 16강 토너먼트의 결승전에서 부아카우는 독일의 신예 엔리코 케흘(22)과 싸웠다. 3라운드 종료 후 심판들의 채점을 취합한 주최측이 무승부를 선언하고 서든데스 연장라운드 개시를 선언하자 돌연 링을 내려와 대회장을 떠나버렸다. 주최측은 이에 부아카우를 실격처리하고 케흘을 이번 대회 우승자로 선언했다.

부아카우는 이 일이 발생한 당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나의 서포터들을 당황케 한 데 대해 사과한다”면서 “곧 나를 이해하게 될 것”이란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13일 K-1 측의 대응이 있기 전 이번 대회가 불법적인 온라인도박에 연루돼 있고, 그와 같은 불순한 의도로 경기 직전에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경기 룰이 변경됐다고 주장하며 K-1 측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3라운드 정규라운드 종료까지의 경기 내용은 박빙이었다. 펀치 유효타는 케흘이 약간 더 많았으나, 무릎 등의 킥 유효타는 부아카우가 더 많았다. 둘 다 상대에게 심대한 대미지를 입히는 강한 공격은 성공하지 못 했으나 부아카우가 링의 중심에 서서 케흘을 외곽으로 돌리며 경기를 지배했다. 홈그라운드의 부아카우에게 승리가 선언되는 것이 무난한 상황이었다.

변수로 고려할 것은 부아카우가 애용한 ‘스윕’이다. 상대를 캔버스에 넘어뜨리는 공격 방법을 말한다. K-1에서는 상대의 목, 몸통, 다리를 붙들거나 받쳐서 넘어뜨리는 공격은 금지한다. 하지만 이날 수십 차례나 케흘을 캔버스에 넘어뜨린 부아카우의 스윕은 대부분 순간적인 클린치에 이은 밸런스 흔들기에 의한 것이어서 반칙이 아니었다. 실제 이날 오나리 아츠시 주심은 부아카우의 스윕 행위에 대해 별다른 제지나 주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승부 선언이 나오자 부아카우는 불공정한 경기, 또는 자신을 지게 만들려는 승부조작이라고 간주, 경기 포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아카우 측은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K-1이 이 경기를 해외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올려 많은 판돈이 몰리게 한 뒤, 자신이 패하는 쪽에 많은 돈을 걸고 승부를 조작해 고배당 수익을 올리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아카우는 이 대회 직전 상대의 다리를 붙잡아 넘어뜨리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룰이 변경된 것 또한 이를 주특기로 하는 자신을 불리하게 하려는 주최 측의 농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소송으로 내년 말까지 유효한 K-1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는 K-1 링에 서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K-1 주최사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한 채 부아카우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K-1 주최사인 K-1 글로벌 홀딩스는 13일 태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도 슈퍼스타인 그가 경기중 갑자기 떠나 충격을 받았다”며 “남들과 마찬가지로 그로부터 직접 이유를 듣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룰이 급히 변경됐다는 부아카우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룰은 2004년부터 K-1에서 시행돼온 룰”이라고 해명했다.

K-1 주최사는 법적 대응 계획이 당분간 없으며 사정청취가 우선이라고 밝혔지만, 부아카우가 소송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사태가 마무리된다면 결국 부아카우는 경기 도중 도망친 선수라는 오명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아카우의 장외 강공에 K-1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1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K-1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태국 현지에서 신망을 너무 잃었다. 이번 스포츠도박 승부조작 연루설이 없었더라도 태국에선 두번 다시 K-1이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2011년말 망했다가 주인이 바뀌어 2012년부터 다시 가동되고 있는 K-1. 하지만 팬들과 격투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가짜 K-1’으로 불릴 만큼 대회 운영이 허술하고 수상하다. 이번 승부조작설이 명쾌히 해명되지 않는 한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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