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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엡손 본사를 가다> 장인정신+조직변화 ‘성공 DNA’를 잇다
[나가노(일본)=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엡손은 단순한 프린터 제조업체가 아니다. 우리는 프로젝터와 센싱 등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열정을 갖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일본 나가노현(長野縣) 엡손 본사에서 만난 이안 캐머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매니저의 말투엔 자신감이 넘쳤다. 70여 년간 수많은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은 장인정신, 즉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프린팅 기술력과 미래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젝팅, 센싱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엡손은 일체 외주를 주지 않는 독자적인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갖췄다. 현재의 엡손을 있게 한 ‘성공 DNA’는 바로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일류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함이 가져온 시너지였다.
엡손은 초소형ㆍ초절전ㆍ초정밀의 의미를 담은 ‘쇼 쇼 세이'라는 창업정신을 가지고 프린팅, 프로젝팅, 센싱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있다. 다양한 특허를 발판으로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 나가노현 소재에 위치한 엡손 본사 모습.

▶장인정신과 조직변화=엡손의 역사는 1947년 이 곳, 옛 된장공장 자리에서 아홉 명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됐다. 초소형ㆍ초절전ㆍ초정밀이란 의미의 창업정신 ‘쇼 쇼 세이(Sho Sho Sei)’를 계승하고 있다. 1940년대 손목시계는 크고 착용이 불편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엡손의 모태기업인 ‘유한회사 야마토공업’은 작고 정밀한 손목시계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물건을 잘 만든다는 뜻의 ‘모노즈쿠리(Monozukuri)’ 정신도 전세계 7만명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유연한 조직 체계도 엡손의 자랑이다. 2005년 이후 글로벌 프린터 소비가 감소하고 외환쇼크 등으로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시기, 엡손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하며 조직을 축소하고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프린팅, 프로젝팅, 센싱 세가지 부문의 코어기술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하락하던 매출곡선은 지난 2012년부터 오름세를 보였고, 지난해 기준 10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 부문도 기록적이었다.

엡손의 매출 비중을 설명하는 이안 캐머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매니저. 매출 비중은 프린팅 사업이 77.3%,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19.5%다. 각 제품군의 중심엔 ‘쇼 쇼 세이'를 밑바탕으로 한 ’코어 디바이스 R&D‘가 있다.

▶기술개발이 성장동력=엡손의 전체 매출을 살펴보면 프린팅 사업이 77.3%, 프로젝터 등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19.5%다. 제품군의 중심엔 ‘코어 디바이스 R&D’가 자리잡고 있다. 끊임 없는 신기술 개발이다. 엡손은 R&D에 매일 1억5000천만 원을 투자하고 있다. 캐머런 매니저는 “엡손의 다양한 제품군은 동일한 코어 기술로 완성된다”며 “현재 5만 개 이상의 특허를 확보하고 있으며 매년 5000개 이상의 특허를 획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어기술의 정점인 프린팅 분야는 가정용을 넘어 산업용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4000억 원을 투자한 잉크젯 핵심부품 ‘마이크로 피에조’는 헤드를 작게 설계해 대량생산에 효과적이다. ‘프레션 코어(Presion Core)’라 불리는 기술은 고품질ㆍ고비용의 ‘라벨 프레스’, ‘섬유 직사 프레스’ 등으로 활용이 가능해 산업계에서 레이저 프린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 완성도의 핵심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외주를 주지 않는 완벽한 수직계열화다. 이에 대해 캐머런 매니저는 “내부에서 제품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것은 품질 뿐만 아니라 시장 변화에도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엡손 무한잉크 카트리지는 재생이 가능한 튜브로 제작된다. 엡손은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모토로 소모품들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잉크 카트리지 귀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판매부터 회수까지 환경적인 부담을 최소화한다.

▶저(低)탄소 녹색성장=엡손 프린팅 기술은 친환경적인 행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설계부터 재활용까지 체계화된 사이클 환경을 구축한 것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엡손 프린터를 구입한 소비자는 사용한 잉크젯 카트리지를 자동화된 우체국 함에 넣고, 모인 카트리지는 회수시설인 ‘미주베(MIZUBE)’로 축적돼 엡손 본사로 다시 수거된다. ‘귀향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과정은 2008년 4월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프린터 자체의 저탄소 설계도 눈에 띈다. 일단 소모전력이 타사 제품보다 월등하게 낮고, 유해물질이 적다. 또 무한잉크 카트리지를 재생가능한 튜브로 제작해 물리적인 공간과 운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엡손은 다방면의 저탄소 활동으로 2050년까지 CO2 배출량을 2015년보다 90% 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캐머런 매니저는 “잉크 카트리지를 봉투째 수거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부담이 적다”며 “업무환경을 저해하지 않으며, 비용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량의 산업폐기물을 유발하는 레이저 프린터와 다른 잉크젯 프린터만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재생 프로그램이란 설명이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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