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교육이 갑자기 교육의 화두로 떠올랐다. 소프트웨어를 모르는 사람은 ‘소프트웨어를 왜 배워야 하는가?’라고 질문하고, 소프트웨어를 잘 아는 사람은 ‘전 국민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만들 것인가?’라고 묻는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단순히 코딩하는 기술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배우는 과정이냐고 묻는다면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교육 목표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21세기 모든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컴퓨팅 사고력 함양에 꼭 필요한 교육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들 중에서 컴퓨팅 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맞닥뜨리는 문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과 능력 및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문제가 크고 복잡해 사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나온 해결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경우 인간의 사고 능력을 더욱 넓힐 수 있는 컴퓨팅 시스템의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야 한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다음, 문제를 쪼개어 생각하고,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복잡한 부분을 제거해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추상화’라고 한다.

추상화 단계를 거쳐 문제 해결에 적합한 모델과 절차를 얻게 되면, 이 해결 방법을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 즉 컴퓨터 프로그램의 형태로 표현해 컴퓨터가 실행하게 함으로써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 과정을 ‘자동화’라고 부른다. 이처럼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여 문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차적인 사고를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성공한 천재적인 인물로는 알고 있지만, 이들의 성공의 바탕은 어렸을 때부터 배운 프로그래밍, 즉 소프트웨어 교육에 있다는 점은 잘 모르고 있다. 컴퓨팅 사고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국내 사례로는 ‘서울버스’ 앱을 개발한 유주완 씨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기 전인 2009년에 이미 버스 도착 및 위치 탐색을 가능하게 한 ‘서울버스’ 앱은 개발 당시 유씨가 고등학생이었다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됐다. 

유씨는 자신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문제로 인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고자 했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만들기 위해 수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하고,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개발한 후, 이를 앱의 형태로 개발해 배포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앱은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바꿀 정도의 큰 영향력을 미쳤고, 공공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한 사람의 컴퓨팅 사고력이 여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유씨 또한 어릴적부터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컴퓨터 과학 및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 학습자가 컴퓨팅 시스템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여 문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영국,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정부와 단체에서 소트프웨어 교육, 컴퓨팅 사고력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가르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과학과 공학 기술은 세상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며, 혁신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변해 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하고, 여려 분야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영준 <한국교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