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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연한 단축의 힘…경매시장서 1980년대 준공 아파트 ‘인기 폭발’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난 11일 서울 중앙지법 경매4계.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108㎡형(이하 전용면적)이 경매에 나와 6억9180만원에 낙찰됐다. 32명이 몰리면서 경쟁이 치열했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6.43%까지 뛰었다.

같은날 이 법원에서 경매처리된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37㎡형과 서초구 서초동 ‘서초삼풍’ 166㎡형도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한보미도맨션’ 전용 137㎡형은 14억3799만원에 팔려 낙찰가율 105%를 기록했고, ‘서초삼풍’ 166㎡형은 14억2199만원에 주인을 찾아 낙찰가율 101.6%를 찍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날 경매처리된 아파트 가운데 낙찰가율 100%를 돌파한 3건은 모두 1980년대 준공된 오래된 아파트라는 점이다. ‘개포한신’과 ‘한보미도맨션’은 1984년, ‘서초삼풍’은 1988년 각각 지어졌다.

1980년대 준공된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이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사이트 부동산태인(www.taein.co.kr)이 이달(9월 11일 기준) 경매 낙찰된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제외) 671건을 조사한 결과 1980년대 준공 아파트의 낙찰건은 모두 25건으로 평균 낙찰가율은 95.53%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물건수 100건, 88.59%) 대비 6.94%p 증가한 수치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1980년대 준공 아파트의 월간 경매 낙찰가율이 95%를 넘은 것은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 경매시장에서 1980년대 아파트의 인기가 높았다. 9월 낙찰된 아파트 59개 중 1980년대 준공 아파트는 모두 6개로 낙찰가율은 99.95%나 됐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임에도 거의 감정가액 그대로 팔렸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낙찰가율은 89.96%로 이보다 9.9%p 가량 낮았다.

1980년대 준공된 아파트 경매물건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9.1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연한 단축방안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는 9.1대책의 핵심으로 재건축 연한 단축방안을 내걸고, 최장 40년(서울시 조례 기준)이던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1987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물론 1987~1989년 사이에 준공된 서울 소재 아파트도 향후 2년에서 최장 6년만 기다리면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정 팀장은 “경매시장에서 1980년대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사업 추진을 오래 기다릴 필요 없고, 재건축 사업 추진을 통한 차익 실현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 낙찰가율은 1980년대 준공 아파트의 상승폭에 미치지 못했다. 전국 1990년대 준공 아파트의 9월 경매 낙찰가율은 90.5%로 전월(90.69%) 대비 0.19%p 감소했다.

1990년대 준공 아파트에 단축된 재건축 가능 연한을 적용해도 짧게는 8년, 길게는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팀장은 “재건축 연한 단축이 실제로 이익을 창출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경매시장에서는 대지 지분이 높은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발 빠른 투자자들이 입찰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단지는 보유한 대지 지분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다르고, 향후 추가분담금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무리하게 입찰가를 정하면 나중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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