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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샷 강동궁 “구리월드컵 영광 다시 한번”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꼭 작년 이맘 때였다. 마지막 득점에 성공한 그는 기다란 나무 작대기를 든 채 고함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177cm 85kg의 당당한 체구가 아이처럼 뜀뛰는 모습은 적이 코믹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고, 그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한 여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지난 해 9월 3쿠션 당구 구리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강동궁(34ㆍ수원시청)과 그의 아내인 여자 3쿠션 선수 박수아(35ㆍ수원당구연맹)의 이야기다. 세계랭킹 11위 강동궁이 올해 다시 한번 구리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한해 세계 각지에서 3~8회 열리는 월드컵 대회는 세계당구연맹(UMB) 주관으로 세계 랭커들이 대거 출전하는 최고 권위의 대회다. 한국에서는 2012년까지는 수원에서, 지난 해부터는 구리에서 매해 한 차례씩 대회를 열고 있다.


강동궁은 당시 세계 랭킹이 21위여서 12위까지 주어지는 시드를 배정받지 못 했다. 이 때문에 일반 선수들처럼 예선부터 밟고 32강 본선에 올라와 다니엘 산체스와 결승전까지 치렀다. 월드컵에서 예선부터 밟은 선수가 우승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선수로 데뷔해 20년차 되던 해 이룬 첫 세계대회 우승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제가 원래 국제 대회 결승전 같은 일생일대의 승부를 펼치는 꿈을 자주 꾸거든요. 그런데 그게 현실로 이뤄지니 그 느낌이 어찌나 생생하고 짜릿하던지…, 그간 고생이 다 씻겨내려가는 것 같았어요. 그 덕에 알아봐 주시는 팬들도 많아지고요. 또 우승할 수만 있다면 뭐든 못 하겠습니까.”

이를 계기로 세계랭킹이 대폭 상승한 강동궁은 내달 6~12일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시드 배정을 받는 유리한 위치다. 그렇다 하더라도 변수가 많은 3쿠션에서 2연패를 자신할 수 있는 건 절대로 아니다.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과 토브욘 블롬달(스웨덴), 딕 야스퍼(네덜란드) 등 유럽의 세계 톱 랭커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데다 그와 같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지닌 최성원 허정한 김경률 조재호 등 국내 톱 랭커들도 눈에 불을 켜고 우승컵을 노리고 있다.

강동궁은 수구가 무시무시한 회전력을 품은 채 당구대 위를 춤추듯 질주하게 만드는 파워샷의 일인자다. 세계 최고의 스트로크를 지녔다는 레전드 세미 세이기너에 반해서 파워를 좇은 까닭이다. 하지만 힘만 갖고서는 안 된다는 한계도 경험했다. 스피드와 완급 조절에 대해 깊게 깨우쳤다. 그는 “강하게 치는 공은 항상 자신있다. 하지만 정교함이 요구되는 공에는 아직도 약간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동궁은 내심 올 11월 국내 개최 예정인 세계선수권대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가가 인정하고 연금점수를 주는 대회라는 명분도 매력적이지만 변수가 많아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월드컵은 토너먼트 꼭대기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상위 랭커를 만나게 돼 있어 이변이 거의 없지만 세계선수권은 대진운에 따른 이변이 적지 않더라”라며 “그런 점에서 더 끌리는 대회”라고 말했다.

강동궁이 2013년 구리대회에서 보여줬던 연속 점프가 올해 구리 대회에서도 재연될지 지켜볼 일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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