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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9.11테러 날, 테러와의 전쟁 2탄
2001년 9월11일 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자는 아내와 같이 거주지인 수원 영통 시내를 걸으며 바람을 쐬던 중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건물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바로 앞 음식점으로 후다닥 들어갔더니 아뿔싸 이게 웬일입니까.

TV화면 하단에는 브레이크뉴스 표시가 선명하고 도저히 믿기지 않은 광경이 두 눈 가득 들어찹니다. 9.11테러 라이브 방송입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는 오전입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9.11테러는 뉴욕 번화가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WTC)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 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관청 건물이 테러리스트들이 탈취한 항공기에 의해 동시다발 공격을 받은 희대의 대참사입니다. 

‘9.11테러’ 발생일 하루 전인 10일 밤(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공식화하는 오바마 대통령.

승객 92명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제11편. 이날 오전 보스턴 국제공항을 출발해 LA로 향하던 중 공중납치 되더니 오전 8시45분 뉴욕 110층짜리 WTC 쌍둥이 북쪽빌딩 상층부를 들이박습니다. 이어 9시3분쯤, 승객 65명을 태우고 보스턴을 떠나 LA로 향하던 유나이티드 항공 제175편이 쌍둥이 남쪽빌딩에 폭발음과 함께 정면충돌하고 맙니다. 이 항공기 역시 공중납치된 겁니다.

이어 9시40분쯤 승객 64명을 태운 워싱턴 발 LA행 아메리칸 항공 제77편이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충돌합니다. 뉴욕에 이어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까지 테러의 표적이 되자 미국은 물론 세계가 발칵 뒤집어집니다. 백악관은 전쟁을 능가하는 위기상황에서 즉각 소개명령이 떨어집니다. 미전역에 항공기 이륙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비행중인 항공기들은 모두 캐나다로 방향을 틀도록 했습니다.

네 번째 공중 납치된 항공기(승객 45명)가 펜실베니아 피츠버그 상공에서 폭발추락하고 테러당한 WTC 남쪽 빌딩이 붕괴되더니 곧이어 북쪽 빌딩도 47층짜리 부속건물도 차례로 무너져 내립니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에 의한 항공기 테러로 붕괴되는 뉴욕 WTC쌍둥이 건물 .

사태가 최악으로 몰리자 미국정부는 이날 오후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배후 세력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착수합니다. 당시 조지 W. 부시(아들부시) 대통령은 이듬해 연두교서를 통해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합니다. 없애거나 없어져야 할 국가(조직)라는 겁니다.

북한 역시 열을 받습니다. 중동에서 뺨맞고 애꿎게 화풀이는 평양에다 한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분단사상 첫 정상회담(2000년 6월 15일 김대중-김정일 평양회담)으로 화해와 교류협력의 분위가 물씬 나던 남북 간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엄습합니다. 핑퐁 같던 남북장관회담이 멈춰서더니 북한이 대뜸 고농축우라늄개발계획(HEUP)를 선언하고 맙니다. 이에 미국이 비핵(非核)대가인 중유공급을 확 끊자 다시 북한은 핵시설 가동 즉각 재개로 응수합니다. 이게 바로 제2차 북핵 위기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9.11테러 꼭 10년 전인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이 이라크(후세인 정권)의 쿠웨이트 침공에 맞대응으로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벌어진 걸프전이 그 단초인 셈입니다.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타도 테러’입니다. 그러나 워낙 오랜 전쟁으로 극도의 피로감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게 미국의 딜레마입니다. 

끈질긴 추격전 끝에 9.11테러 발생 10년만인 2011년에 파키스탄에서 결국 사살된 빈 라덴의 생전 모습.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횃불을 또 치켜들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는 9.11테러 하루 전인 10일 저녁 9시, 우리 시간으로는 11일 오전 10시에 이라크와 시리아에 포진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략을 공식화한 겁니다. 미국에서 TV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택한 것을 주목합니다.

IS는 최근 납치한 미국인 기자 두 명을 잇달아 참수한 잔혹한 무장테러세력입니다. 뿔이 날 대로 난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이미 의회에 50억 달러 규모의 ‘테러방지기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무려 5조원 대를 넘어섭니다. 앙숙인 이란에도 또 국제 헤게모니 경쟁상대인 중국에도 동참을 요청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빈 라덴 추적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침공까지 확대되고 각고의 추적 끝에 빈 라덴을 사살하지만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또 후유증은 살벌하기 짝이 없습니다. 결국 중동지역 오일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피를 부르고 여기에 피보다 찐하다는 종교문제가 개입하면서 해묵은 원한이 테러와 안티(anti)테러로 물고 물린 형국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피 끓는 전쟁도 큰 문제입니다.

물론 테러는 철저하게 막고 응징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 작든 크든 평화가 보장됩니다. 무고한 이들이 처참하게 한 순간에 세상을 뜨는 불행한 사태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됩니다. 문제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남북관계에는 또 지장이 없을는지, 또 어떤 부작용이 초래될지 가슴 조이며 지켜 볼 따름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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