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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속의 땅’에비앙 밟은 박인비...이번엔 커리어그랜드슬램 쏜다
2012년 메이저 승격전 에비앙서 우승
골프여왕 전설 시작된 각별한 기억

3개 메이저 우승컵 수집한 박인비
에비앙 우승땐 아시아 최초 대기록
랭킹 1위 · 한국인 메이저 최다승도 달성


지난 8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웨그먼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막판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던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은 매섭게 치고 올라온 무표정한 경쟁자에게 다잡은 메이저 우승컵을 내주고는 그린 옆에서 눈물을 쏟았다. 린시컴은 며칠 뒤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녀가 압박해 들어오는데, 나는 그냥 나뭇잎처럼 파르르 떨기만 했다.”

‘조용한 암살자’의 위용을 되찾은 ‘골프여제’ 박인비(26·KB금융)가 다시 한 번 커리어 그랜드슬램(여러 시즌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박인비는 1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프랑스의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클럽(파71·6453야드)에서 열리는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이미 US여자오픈(2008, 2013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2013년), LPGA 챔피언십(2013,2014년)까지 3개의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한 박인비는 이 대회서 정상에 오르면 한국인 최초, 아시아 선수 최초로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여유 넘치는 골프여왕.’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에 도전하는 박인비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클럽에서 연습라운드 도중 휴식을 취
하고 있다. [사진=KB금융]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은 이번이 네번째다. 지난해 63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의 위업을 이룬 박인비는 그러나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시즌에 4대 메이저 석권)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해 브리티시오픈(공동 42위)과 에비앙 챔피언십(공동 67위)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개막 전 인터뷰에서 “작년에는 그랜드슬램이라는 부담이 오히려 압박이 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 많은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모든 부담을 잘 조절할 수 있게 됐다”며 경기력 뿐 아니라 중압감을 제어하는 능력도 향상됐음을 자신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시즌 초 주춤했던 샷감과 퍼트 감각이 최근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재도전한 올해 브리티시오픈에서 4위에 올랐고 지난달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구체적인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출전한 17개 대회서 12차례나 ‘톱10’에 올랐고 ‘톱5’는 무려 9차례다. 그린 적중 시 퍼트수 1위(1.75개), 라운드 당 평균 퍼트수 1위(28.89개), 톱10 피니시율 1위(71%), 평균타수 2위(69.68타) 등 주요 부문에서 최상위를 점령하고 있다.

무엇보다 에비앙은 박인비에게 ‘약속의 땅’이다. 2008년 US오픈서 최연소 우승(19세 11개월)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박인비는 그 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2012년 7월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4년 무관’의 설움을 날렸다. 당시엔 ‘에비앙 마스터스’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대회로 승격되기 전이었지만 이 우승을 신호탄으로 승승장구, 지난해 6승(메이저 3승)을 거머쥐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박인비는 10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에비앙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 4년 만에 고대했던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뿐만 아니라 2011년 약혼한 피앙세(남기협 코치)와 투어를 함께 다니기 시작한 뒤 거둔 첫 우승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오는 10월13일 남 코치와 결혼하는 박인비에게 이 대회 우승이 더욱 간절하고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인비가 우승하면 여러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캐리 웹(호주)이 지난 2001년 세운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록(당시 26세6개월)을 4개월가량 단축하게 되고, 현재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랭킹 1위 자리도 탈환할 수 있다. 또 박세리(37)를 넘어 한국인 메이저 최다승(6승) 기록도 세울 수 있다.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선수로 이름을 새기면서 동시에 한 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롤렉스 안니카상의 초대 주인공도 될 수 있다.

박인비는 “지난 2012년 우승을 했기 때문에 항상 이곳에 올 때마다 좋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좋다. 안방처럼 편안한 곳이다”며 “올해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잘해왔고 현재 몸 상태도 좋기 때문에 나만의 게임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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