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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베트남 저가 항공 유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비행기 출발시간이 11시로 늦춰졌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8월 중순 베트남으로 여름휴가를 떠나기 3일전, 느닷없이 여행사는 이런 전화를 해 왔다. 당초 8시50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취소됐으니 2시간10분 뒤에 떠나는 다른 비행기를 이용하라는 거였다. 황당했다. “출발 3일 전 전화해서 출발 시간을 바꾸는 경우가 어디 있나?” 여행사 직원은 “항공사 사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수차례 전화를 통해 “오후 일정 다 망치는데 손해배상이라도 해야 하느냐!”는 등 별의별 소리를 다했다. 결국 그 항공사는 ‘코드세어링’을 한다는 8시대 다른 비행기로 바꿔줬다.

휴가지에서 돌아오는 날, 밤 11시40분 출발해 새벽 인천공항에 떨어지는 비행기에 올랐다. 자리에 앉아마자 잠들어 한국에 도착하기 30여분 전 즈음 깨어났다. 승무원에게 물 한잔을 청하려고 ‘콜’ 버튼을 찾았지만 고장이 나있었다. 승무원이 지나기기만 기다렸다. 왔다가 사라지기를 몇 번 반복하는데 창가 쪽은 잘 쳐다보지도 않았다. 몇 번을 꽤 크게 불렀더니 그제 서야 귀찮은 듯한 표정의 한 남자 승무원이 ‘What?(뭐죠?)’이라고 답하며 날 쳐다봤다. 짜증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Water!(물주세요)’라고 말하니, 대꾸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곤 또 얼마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엔 더 큰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그랬더니 대놓고 불편한 표정을 드러내며 ‘wait, wait!(기다려요, 기다려요)’라며 다른 일로 바쁘다는 듯 사라졌다. 황당했다. 모욕감까지 들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인 승무원을 찾아 강력히 항의했고 그를 상부에 보고하겠다고도 했다. 뒤늦게 미안한 표정을 한 그 승무원으로부터 ‘Sorry!(죄송하다)’라는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불쾌했다.

지난 휴가에서의 불쾌했던 기억을 꽤 길게 소개한 건 이런 일이 나만 겪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주변에 비슷한 경험을 털어 놓는 친구들이 꽤 많다.

항공서비스는 외국기업과 경쟁하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대부분 국적을 불문하고 다른 분야보다 서비스의 질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저가 항공사가 크게 늘어나고, 할인으로 항공권을 파는 동낭아 항공사가 늘어나면서 기내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많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항공교통 이용이 일반화하다 보니 어느새 저가항공의 승무원은 불친절하고, 출발 지연 등은 꽤 흔한 일로 여긴다.

해외 여행객 1000만명 시대다. 갖가지 할인 경쟁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의 저가 항공을 이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저가 항공이 ‘후지고 불친절한’ 서비스의 대표선수로 자리매김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돈이 들지 않은 명품 서비스도 있다. 승무원의 ‘스마일’은 돈이 들지 않는다. 저가항공이지만 명품 서비스로 미국과 유럽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영국의 데본에어 등이다. 국내를 운행하는 모든 저가 항공이 ‘싼게 비지떡’의 대명사가 되지 말기를 바란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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